두근거림에 마음 하나 추가요

그림책 <두근두근>, 이석구 글 그림, 고래이야기

by 이파리


주인공이 사는 집과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 사이에 노오란 유채밭이 널찍이 펼쳐져 있다. 외따로 떨어진 그의 집으로 밀가루를 실은 택배 트럭이 가는 중이다.


브레드 씨는 부끄럼을 많이 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행여라도 누가 올까 문 뒤에 숨어 살펴보고는 야밤에 혼자 빵을 만든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방문에 놀라 허둥지둥 가슴이 두근두근. 브레드 씨 속도 모르고 자꾸만 방문객들이 오고 가슴은 여전히 두근댄다.

자기가 만든 빵을 맛있게 먹는 손님들을 보며 어느새 피하지 않고 점차 환대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마지막 손님 때문에 또 한 번 두근거리게 되는데!


사회공포증이 있거나 많이 수줍어하는 아동에게 도움 될 만한 책으로 소개받아 읽게 되었다. 놀라고 긴장해서 두근대던 마음이 설렘으로 바뀐다. 같은 반응에 다른 의미가 더해졌다. 하룻밤 사이에 달라지진 건 아니다. 여러 방문을 경험하면서 서서히 변화한다. 다정한 손님들 덕에 마음을 열 수 있었다. 브레드 씨는 여전히 수줍겠지만 전에는 꼭꼭 잠가 닫아두던 문을 이제는 열어둔다. 두 마음을 나란히 보여주고, '너 자신인 채로‘ 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그림책이다. 때로는 여러 말보다 빵 냄새 풍기는 포근한 그림책 한 권이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더 효과적이다. 주인공이 아이가 아닌 다 큰 어른이라 아이들 보기에 즐겁고 부끄럼 타는 자신의 성격을 받아들이기 더 편하지 않을까 싶다.


부끄럼쟁이 브레드 씨는 수줍음을 벗어던지고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건 아닐 거다. 수줍겠지만 그런 채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그런 특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어려서부터 어른들에게 반대로 해보라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 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자기가 마치 모자란 듯, 문제가 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가 모두 똑같은 모습이어야 하는 건 아닐 텐데도 우리는 은연중에 수줍음에 ‘나쁨’ 딱지를 붙인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로 용기 내 관심을 보이며 말 걸어오거나, 가만히 자기만의 일에 몰두하고 있거나, 혹은 사람들 곁에서 말없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좋다. 그래도 되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이어도 괜찮으니까. 수줍음이 없으면 없는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다 괜찮다. 수줍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수줍음을 애써 가리며 살고 있다면, 여전히 그런 자신을 좋지 않게 여기는 어른이 되었다면 읽어봐도 좋겠다.


그림책을 처음 봤을 때는 꼼꼼히 보지 않았는데 몇 권 보다 보니 짧은 분량이 아쉬워 구석구석 구경하게 됐다. 하드커버 표지와 책을 연결하는 페이지(면지)에는 그림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데 <두근두근> 에는 있다. 앞커버 안쪽은 글책에서 들어가는 말, 뒷커버 안쪽은 나오는 말 같은 그림이 있다.

앞커버 안쪽에 그려진 브레드 씨 집에는 "들어오지 마세요 두드리지도 마세요"라고 쓰인 팻말이 걸려있고, 뒷커버 안쪽에서는 '두근두근 빵집 영업 중'으로 바뀌어 있다. 문 앞에 아주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일행이 모여 있다. 나는 이 책이 좋아서 두근두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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