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지 않으려

정호승,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비채

by 이파리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


어떤 식으로든, 오래도록

부서지지 않으려 애써 온 우리

우리 모두 다정한 쓰다듬 받게 하는 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두근거림에 마음 하나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