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시',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몇 번을 다시 봤다. 행복이 퍼져 나오길래. 볼수록 흐뭇해졌다. 이렇게 빨리는 보내주기 싫다며 붙잡고 자꾸 돌려봤다. 길지 않아 더 귀했나. 어제 봤는데 오늘도 또 봤다.
맞은편 건물에서 비 오는 거리를 내려다보며 찍은 영상. 하얀색 우비를 입은 키 큰 사람은 치킨 상자인지 비닐봉지 하나를 오른손에 들었다. 흔들림을 최소화하려는 듯 허리보다 높이 들고. 왼쪽에는 핑크색 우비를 입은 아이가 있다. 둘은 걷고 있지 않다. 싱크로율 100%의 2인무를 추고 있다. 그 둘이 뿜어내는 리듬감이 비에도 스미고 거리에도 퍼져 흐릿한 영상이 맑아 보인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퍼프 대디의 ‘I'll be missing you’.
연습을 많이 했겠지. 거실이나 방에서 혹은 골목에서 맞춰보고 연습한 시간이 있었겠지. 동작이 맞아가는 과정도 있었을 거고 한 사람처럼 딱 맞은 순간도 있었겠지. 신이 났겠지? 비 오는 날, 우산 말고 우비를 챙겨 입고 먹을 걸 사러 집을 나서는 동안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맛있게 먹을 생각에 들떠 집으로 가는 길에 둘 중 하나가 입말로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한 찰나, 춤이 시작됐을까.
박자가 딱딱 맞을 때마다 마음도 딱딱 맞아가고. 그 순간 몸속을 첨단 장비로 촬영했다면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 폭포처럼 흐르고 뼈들이 웃고 근육이 흥겨워하는 모습이 찍히지 않았을까. 아빠랑 아이였을까? 누나랑 동생일지도. 이모나 삼촌이랑 조카일 수도 있고 동네 형이나 언니일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아이가 크면 비 오는 거리에서 느낀 저 파워풀한 비트를 그리워하려나, 어쩌면 둘은 그때도 같이 춤추고 있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두 사람의 춤으로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하고 아름다워졌구나 생각했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떠올렸다는 말이다.
시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치우고 꾸미고 일하고 바삐 사느라 내 멋대로 상대의 심중을 상상하고 미워했다. 내 욕구가 만족되면 사랑했고 내 기대에 부응할 때만 아꼈다. 이건 사랑이 아니고 이기심인데. 사랑은 그냥 하는 건데 깨끗한 마음으로. 이유도 조건도 없이. 사랑 아닌 것을 하면서 사랑하는 줄로 알았다. 나는 사랑하고 있으니, 당신도 사랑을 주라고. 내 생각 내 방식 내 기대 내 소망 내 욕망대로 나에 대한 사랑을 보이라고 강요했다. 비 오는 거리에서 우비를 입고 겹춤을 추는 순간처럼 사랑하고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 사랑할 수 있었던 날을 그리워할 텐데.
(영상: https://youtube.com/shorts/GJFE2Qet2QE?si=q_MC6AdGMmDNlNz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