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시와 물질>, 문학동네
내 가장자리는 어디일까
다리를 다쳐 얼마간 전동 휠체어 신세를 졌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강의를 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바람을 쐬며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원하는 방향과 속도대로
두 바퀴는 아픈 발을 페달에 싣고 달렸다
둥근 바퀴의 탄력이 내 몸을 눈사람처럼 굴려가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커피를 마시는 것도 전동 휠체어에 앉아서 했다
자판을 가로지르는 두 손,
컵의 온기와 섞여드는 손의 온기,
발의 감각과 페달의 감각이 하나가 되어갔다
내 가장자리는 어디일까
전동 휠체어와 노트북과 컵의 가장자리까지를
나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피부를 지닌 존재로서
철이나 플라스틱이나 세라믹과 연결된 이 몸을
*
내 가장자리는 어디일까. 어디까지를 나라고 하고 어디부터는 나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손잡고 걸을 때, 꼭 안았을 때, 서로의 등에 기대어 쉴 때. 상대방까지도 나라고 부를 순 없는 걸까.
미생물 책에서는 ‘미생물 입장에서 인간은 미생물 주머니에 불과하다’고 하던데.
들숨에 들어오고 날숨에 나가는 이것은 어디까지 나이고 어디부터 나 아닌지. 혹은 남인 건지 세상인 건지.
나란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