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나희덕, <시와 물질>, 문학동네

by 이파리


세포들



린 마굴리스는 말했지

진화의 가지런한 가지는 없다고

가지런한 가지는 생명의 궤적이 아니라고


한 번도 질서정연한 적 없는 생명,

생명의 덩굴은 어디로 뻗어갈지 알 수 없어


그야말로 소용돌이


칼 세이건은 말했지

우리는 아주 오래전 별 부스러기들로 이루어졌다고

빅뱅에서 만들어진 수소와 헬륨,

그 원소들로부터 왔다고


우리 몸에는 인간 세포 수보다 박테리아 수가 훨씬 많다지


박테리아 덕분에 살아가는 나날


물론 우리와 평생 함께하는 세포는 없어

길어야 7년이면 사라지니까

그래도 세포가 깨끗이 재생된다면

인간은 190년 정도를 살 수 있다던데


근육과 혈관 속의 세포들은

매일 조금씩 사라지거나 생겨나는 중


대체 무엇을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방금 어깨를 부딪히며 지나간 사람,

그를 돌아보는 동안에도 세포 몇 개가 사라졌겠지


진화는 세포들 사이의 사건,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아름답고 복잡한 것은

박테리아와 미토콘드리아 덕분이라고 마굴리스는 말했지


진화의 가지런한 가지는 도무지 없다고



*


어쩐지. 질서도 없고 반듯하지도 않고 한 치 앞도 모르겠고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니. 소용돌이 같은 덩굴이라 그런 거였구나, 생명이란 게. 삶이라는 게. 가지런하지 않았던 나의 선택들에 대해서도 이 시를 읽고 나니 아쉬움이 조금 걷히는 듯하다. 강풍에 머리카락이 온 사방으로 뻗치며 휘날리듯, 사는 일이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매일 사라지고 생겨나는 세포들.

알지 못한 채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용돌이 속

아름답고 복잡한 우리.

기특한 나라는 너, 너라는 나,

생명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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