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사랑하는 법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by 이파리


올 여름의 인생 공부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밭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앨튼 존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x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xx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



최승자 시인의 시는 강렬하다. 시인이 말하는 슬픔 외로움 부끄러움 공허 불안 모두 하나같이 짙고 깊다. 맨몸으로 마주하기 힘든 생생한 감정들을, 차마 독자가 내 안에 있다고 인정하지 못하는, 하지만 무시로 찾아오는 그것들을 대신 온몸으로 맞고 시로 토해낸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감당하지 않고도 바라볼 수 있게, 이해할 수 있게. 계속 그럴 수 있으려고 끊임없이 ‘다르게 사랑하는 법‘을 배워갔던 시인. 코딱지만 한 수치심만 들춰져도 악몽을 꾸는 누구와 달리.


올겨울 나는 다르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나? 내가 배워야 할 사랑법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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