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을 읽고
베스트셀러에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1998년에 출간되어 큰 사랑을 받았던 이 책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역주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재미있다. 작가는 독자들이 이 책을 천천히 읽어 주길 바랐다고 했지만, 이야기가 흥미롭고 박진감이 있어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게 된다. 물론 문장의 의미를 곱씹으며 다시 천천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하나의 재미는 ‘주인공의 남편 찾기’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떠올랐다. 한국 배우들을 떠올리며 혼자 가상 캐스팅도 해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아마도 이 소설이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작가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작가는 “용기를 잃고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무언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라고 했다. 그 마음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1998년이나 지금이나 세상은 갑자기 변하고, 우리는 여전히 불안하고 막막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결말은 충격적이다. ‘설마, 설마 그러겠어?’ 하면서 읽었는데... 주인공의 결혼 상대 역시 반전이다. 엄마와 이모의 삶도 모순이고, 주인공 안진진 역시 모순적인 존재다. 결국 삶과 사람 자체가 모순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다만 안진진의 삶이 이모의 마지막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며 책을 덮었다.
이 소설에는 행복과 불행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이 많다. 읽는 동안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도 떠올랐다. 남들이 보기에 행복한 삶이 진짜 행복은 아니다. 내가 행복해야 비로소 그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작가는 절망 없는 삶은 결코 행복하지 않으며,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오히려 불행이라고 말한다. 힘든 순간마다 ‘행복과 불행의 모순’을 떠올린다면, 그 시간이 조금은 견딜 만해지지 않을까.
단조로운 삶은 역시 단조로운 행복만을 약속한다. (중략)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 준 주리였다.
-<모순>, 229p
글쓰기 모임에서 <모순>을 읽고 나눈 이야기들
글쓰기 모임 문우들과 양귀자 작가의 <모순>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각자가 느낀 지점은 조금씩 달랐다. 서로의 생각을 들으며 책을 한 번 더 깊게 읽게 되는 시간이었다.
작가님과 글 쓰는 방법이 비슷해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내용은 사실적으로 표현해 내 이야기 같아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중간에 책을 덮기도 했다.
힘든 일들을 작가는 담담하게 표현하는 편인 것 같다. 실제로 겪어봤을까? 주인공의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속에서 천불이 날 것 같은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인데 왜 낭만적으로 표현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혼 상대자로 김장우인가, 나영규인가? 결혼 전후의 선택이 다른 것 같다. 결혼 전에는 사랑만 생각할 것 같은데 결혼 후에는 현실도 고려할 것 같다.
주인공의 엄마가 대단하다. 시련이 와도 굴하지 않는다. 엄마들은 위대하다. 우리들의 엄마도 그렇다.
모두가 공감했던 이야기는 제목에 대한 것이었다. <모순>이라는 제목이 정말 잘 지어졌다는 것. 행복과 불행의 모순, 모순적인 인간의 모습이 제목 안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이런 문장으로 모임을 마무리했다.
삶은 모순이다. 그러나 사는 것 자체가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