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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킴 Oct 28. 2024

상냥하고도 고독한 바다를 바라볼 때

고될 때일수록 보고 싶습니다.

제주도로 여행을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많이 걷고 싶고, 한껏 바다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바다를 그렇게 보고 싶었을까?

해가 떠올라 쨍쨍하게 비치는 낮과, 해가 지면서 한 곳에 시선이 머무르게 되는 빛, 윤슬을 바라보며 스물두 살의 나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을까.

다행히도 그때의 나는 사진과 함께 글도 조금씩 남겨두었다.



나는 매번 사소한 것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에 크고 작은 후회와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 깊숙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인 거 같다. 나는 다시 나를 위한 핑곗거리를 찾고, 유유히 다른 길을 살펴본다.

적막하디 못해 바스러질 것 같은 건조함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동감이 있는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

배우고, 여행하고, 도전하는 삶 미루고 싶지 않다. 가진 건 쥐뿔 없지만 나를 사랑하는 내가 되고,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움직일 테다.

부정적인 생각과 어지러울 정도로 난잡한 현실 속에서 되려 맹목적인 열정이 나타나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 아직 내 끈질긴 생명력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나를 믿어주는구나 생각에 안심이 된다.

바다 앞에서 울렁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영 솔직하지 못한 편에 속하지만 좋아하는

공간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세상 제일 편안한 표정이 나올 때도 있었고, 드러누워 한량처럼 광합성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잠들 때도 있었다.

그와 반대로 눈물을 쏟아낼 때도 참 많았다. 지금 내 다짐과는 별개로 두려움이 뒤덮을 때는 더더욱 자주 찾아왔으니까.

꾹꾹 참가 욌단 뭉텅이에 감춰진 어린 마음은 여태껏 밖으로 나오기 싫었다.

그래서 도망 온 제주도 한 달 여행은 나를 마음을

다시 잡기엔 충분했던 시간이었지만, 미운 마음을 풀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내가 나를 엉성하게나마 다독일 순 있었다.

맘껏 울어도 이상할 거 없었던 이 바다를 일부러 자주 찾아갔다. 어느 순간 울음은 그쳤지만 좋아해서 더더욱 마음이 심하게 요동쳤다.

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물을 주었던 한 달, 낮에는 한없이 걷고, 바닷가 근처 백반집에서 배를 채우고 책을 읽으며 학생도 아닌 내게 방학을 선물했다. 늘 공동체 생활만 해왔던 나는 이렇게 홀로 오랫동안 다니며 식당에서 밥을 혼자 먹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밥을 해 먹기 위해 장을 보고 저녁에 귀가해 숙소 사람들과 따뜻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참 즐거웠다.

지난 이 년간의 시간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벗어나보는 일탈에도 내 삶은 굴러가고 남루할지라도 사이사이 즐거움이 존재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동안 즐거움을 너무 잊고 최대한 생각을 안 하려고 하고 지냈다.

남들의 시선 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지금부터 조심씩 그려나가자고 다짐했던 이 한 달은 여전히 내게 가장 아프고 행복을 준, 끝과 끝의 감정이 엮인 여행임이 틀림없고, 내 세상의 첫 여정이 되어주었다.

피어나가는 과정이 고달파도 이젠 아플 때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곳으로 가면 된다는 것 만으로 힘이 돼.

어딘지 정확히 알았으니.

바다를 만나고 싶다, 곁에 두고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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