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간 히치하이커
뿌네 대학교의 캔틴(Canteen)은 타잔이 밀림에서 이동의 수단으로 매달려 날았다는 나무 아래 예외 없이 자리 잡고 있다. 시험기간이면 숲이 우거진 교내 구석구석에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었던 매점으로 쪼르르 달려가 허기진 배를 달랬다. 나무의 가지가 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땅 속으로 뻗는 그 타잔 나무 곁에서 짜이(Chai)와 함께 먹었던 음식이 감자 똥 개구리 알^^ 이다. 아침 식사로 아니면 오후 인도인들의 티타임 에 ‘짜이’와 함께 먹는 ‘포테이토 와다’와 ‘사브다나와다(sabudanavada)’를 닉네임처럼 재미있게 불렀던 메뉴이다.
인도에서 동그란 모양의 음식에는 ‘와다(Vada)’라는 이름이 뒤에 붙어 있다. ‘사브다나와다’는 하얀색의 개구리 알 같은 알갱이를 살짝 물에 재웠다가 땅콩 함께 약간의 양념을 넣어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 기름을 둘러 구운 스낵이다. 그 재료는 우리나라에서 감자의 전분으로 떡을 해먹거나 고구마의 전분으로 당면을 만들 듯이 키사바(Cassava)의 전분을 작은 알갱이의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포테이트 와다’는 감자를 쪄서 몇 가지의 양념을 넣어서 어깬 감자 덩어리를 걸쭉한 밀가루 반죽을 덧 씌워 기름에 튀긴 스낵이다. 벨 뿌리(Bhel puri)와 빠니 뿌리(Pani puri), 빠워 바지(Pav bhaji) 등과 함께 인도를 여행하게 되면 길거리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스낵으로 더위에 나른해진 오후를 달래기에 충분하다.
인도의 음식은 대별적으로 북부와 남부로 나누어진다. 델리 지방의 음식은 회교 국가였던 무굴제국의 영향으로 주로 육류와 생선을 재료로 한 것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화덕에 구운 ‘탄두리 치킨(Tandoori Chiken)’과 토막으로 먹기 좋게 자른 띠까(Tikka)와 케밥(Khebab)으로 알려진 꼬치 요리 등 이다. 이들과 함께 마살라(Masala)를 첨가한 다양한 종류의 ‘커리(Curry)’를 함께 먹으면 풍요로운 한 끼의 만찬이 된다.
반면에 벼농사를 주로 했던 남부 지방의 음식은 쌀을 재료로 한 다양한 스낵들이 특색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부침개와 같이 채소를 재료로 한 ‘우따빰(Uttapam)’과 쌀을 빻아 찐 ‘이들리(Idli)’와 걸쭉한 반죽을 넓고 얇게 펴서, 감자요리를 안에 넣고 다시 크고 둥글게 말은 화려한 모양의 ‘도사(Dosa)’ 등이다. 밀가루를 재료로 하는 ‘사모사(Samosa)’와 촐레 바투레 (Chole Bhature)와 같은 튀겨낸 스낵들은 더위에 잘 상하지 않은 음식이다. 더위를 달래주는 음료는 대표적으로 커드(Curd)를 재료로 하는 라씨(Lassi)가 있다.
인도의 계절은 우리나라와 같은 사계절이 아니라,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기와 비가 내리는 6월에서 10월 초까지의 몬순으로 나눌 수 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기는 다시 3월에서 5월의 고온의 혹서기와 비교되는 10월에서 2월까지의 한랭기이다. 이 계절은 덥지만 습하지 않아 견딜만한 여름과 같기도 하고, 겨울에도 춥지 않지만 난방시설이 없는 건물의 냉기에 한기를 느끼게 된다. 더위를 이기기 위해 나무 그늘 아래에서 조용히 수련하는 요가가 발달 하였다고 하듯이 인도의 음식문화 또한 더위라는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발전된 것으로 보인다. 인도인들이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고 식사 대접이 끝날 무렵 디저트로 빠지지 않는 스위트(Sweet)는 더위의 나른함을 가시게 할 뿐만 아니라 더 달콤할수록 더 좋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도의 가정에서는 종교와 가계전통에 따라 일주일 하루 정도 (간헐적) 단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식하는 날 오후 5시 이후부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전통에 따라 주로 처음 먹게 되는 음식이 위에서 말한 카사바의 전분, 타피오카(Tapioca) 펄(Pearl)로 만드는 키츠디(Khichdi)이다. 한 인도인 친구에 의하면 고칼로리의 음식이여서 금식의 의미를 퇴색시킨다고 한다. 인도의 명상센터에서 아침에 주로 제공하는 많은 스낵 들 중의 하나이다.
인도인의 주식은 ‘짜빠띠(Chapati)’ 와 ‘로띠(Loti)’ ‘난(Naan)’ 빠라타(Paratha)이다. 밀을 덜 정제한 ‘아따(Atta)’ 라는 종류의 밀가루가 재료이다. 서양의 빵과는 모양이 다른 빵 종류이다. 물론 식사를 할 때 쌀밥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짜빠띠로 배를 채운다. 짜빠띠와 로띠가 누르스름한 색을 띠고 있다면 난과 빠라타는 아따보다 더 정제된 밀가루로 만든 하얀 색깔이다. 우리의 백반정식과 같은 인도의 정식은 탈리(Thali)라고 부르는데, 우리의 된장과 비교할 수 있는 달(Dal)은 주로 녹두를 재료 해서 만든 걸쭉한 국물 음식으로 밥과 짜빠띠 등을 몇 가지의 다른 야채 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외국을 여행하게 되면 어느 나라이든 요즈음에는 한국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잠시 머물게 되더라도 그 나라의 음식에 적응해야 하지만 누구라도 태어나 성장하면서 먹었던 음식에 대한 향수를 외국에서 더 느끼기 마련이다. 요가를 배우기 위해 처음 뿌네를 방문 했을 때, 거리의 모르는 인도 사람을 붙잡고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식당을 알려 달라고 하자 들었던 이름이 금릉(金陵)이다. 어떤 나라를 가더라도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고, 화교들에 의해 운영되는 중국음식점이 없는 나라가 없듯, 뿌네 또한 예외가 아니 였다. 인도화된 중국음식 이었지만 한국식당이 없었던 때라 고국의 음식이 그리우면 동료 유학생들과 어울려 종종 몰려갔다. 늘 중국식 치킨요리 한 마리를 주문하곤 했는데, 어느 날은 닭다리를 하나 밖에 주지 않아서, 왜 두 개가 아니냐고 묻자, “닭이 한 발로 서 있을 때 잡아서 요리 했다”고 대답을 하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빙그레 웃는 거무스레한 얼굴의 남인도 출신의 그 매니저에게 어이없는 웃음을 짓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