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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인 Apr 13. 2024

요가 왜 하냐고요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요가.

요가경전에 의하면 ‘요가는 마음작용이 정지이다’라고 정의한다.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의식 그 자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으로 체득되지 않는 한 마음작용의 정지는 이해되지 않는 차원일 수 있다. ‘요가’라는 단어의 어원 자체를 풀이해 보면  ‘to york’ ‘멍에를 씌우다’를 뜻하는 싼쓰끄리뜨 어근√yuz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마음이 한 대상에 묶여 있는 상태로서 ‘마음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명상의 상태를 함축하는 말이다.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요가는 다양한 동작과 자세의 반복적 수련이다. 요가 수뜨러(경전)에서 아써너(동작과 자세)는 애씀을 벗어난 행위의 능숙함을 뜻한다(sthira-sukham āsanam Ⅱ. 46). 수련할 때 어떤 식으로든 애를 쓴다면 그것은 요가가 아니다. 애쓰는 마음을 사용하고 있는 한 그것은 의지의 사용이다. 의지는 에고를 빚어내는 마음이기 때문에 요가경전의 정의처럼 마음의 작동이 정지될 수 없다. 계속적으로 움직이면서 마음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노력하거나 애써다 보면 성취에 대한 좌절감으로 분노하기도 쉽다. 자세를 완성시키기 위한 애쓰는 마음과 과도한 움직임은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마음에 인상이 남아 있는 한 마음이 평온에 이르기 쉽지 않다.


미모의 연예인들이 요가수련을 통하여 매력적이고 섹시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는 방송매체들의 보도에 세뇌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련되게 디자인된 요가 복장을 한 (태어날 때부터?) 날씬하고 예쁜 여자들이 유연성과 힘이 요구되는 고난도의 포즈를 취한 사진들의 지속적인 노출에 우리는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요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유연하지 못한데 동작과 자세들을 잘 따라 할 수 있을까 염려한다. 김연아처럼 일찍 재능을 발견하고 어린 나이에 시작하지 않았다면, 묘기 같은 동작을 빙판 위에서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어린 나이에 시작했다 하더라도 타고난 재능이 발견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난이도 있는 자세의 실현이 목표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이 목적이라면 마음의 안정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은 마음의 안정에 장애가 될 뿐이다.  

    

요가의 아써너 수련은 다양한 이유와 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허리가 아프고 어깨와 목이 결려서 요가를 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비뚤어진 체형을 교정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불면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누군가는 삶의 활력을 얻기 위해서 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제 각각의 팔다리의 길이와 유연성과 체력, 기질과 성격, 성향 등을 타고나게 된다. 노력을 통해서 완성을 시킬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 자신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수련하고 있는 ‘해와 달(음과 양)’을 의미하는 하타요가는 육체적 수련을 수용하는 요가의 한 종류이다. 요가 수련을 통한 보다 심층적인 효과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기 위해서 마음의 영역을 탐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속박으로부터 해탈을 지향하는 궁극적 명상에서 몸과 마음의 작용을 깨어서 지켜보는 수련은 수행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동작과 자세의 반복 수련을 통해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됨으로써 명상으로 나아가는 훌륭한 토대를 마련한다.

    

고안된 여러 가지의 요가 자세와 동작은 몸의 특정 부위를 수축시키고 이완하는 움직임을 반복하도록 한다. 반복적 연습은 신경을 강화시키고 호르몬 분비의 균형을 잡으며, 조혈과 신진대사 등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훈련의 반복은 몸의 감각을 일깨우고 동시에 마음을 이완시켜 원기(에너지)를 회복하는 과정이 된다.

     

요가에 있어서 움직임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움직임 자체가 목적이 될 때 요가 동작과 자세는 근육과 관절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놀이가 된다. 반복하는 놀이는 몰입(집중)으로 고양된다. 이때 마음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서 이완되고 반대로 몸의 감각은 깨어나서 의식으로 돌아온다. 그 순간 몸은 자아와의 단절 상태에서 벗어나 연결되고 마음은 안정되어 성장과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밑거름이 된다.

    

인도철학에서 인간의 신체를 5가지 층 또는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겹은 음식으로 만들어지는 신체를 말하고, 쁘라나 즉 에너지(생기)로 이루어져 있는 신체와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신체가 두 번째와 세 번째이다. 네 번째는 의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섯 번째는 기쁨의 신체로 표현한다. 이와 같이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제3의 신체(마음)와 밀접히 연결된 제2의 신체 즉 쁘라나(prāṇa)로 이루어진 신체를 동작과 자세의 반복적인 수련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는 원리이다. 이러한 생리적 효과들은 감정과 정서 즉 마음과 연결 선상에 있다는 것을 요가를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경험적으로 느끼게 된다.

     

요가가 다른 운동과 다른 점은 수련효과가 육체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마음의 영역을 터치한다는데 있다. 우리 인간은 몸이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심신상관적 존재이다. 제한된 동작과 행위만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는, 다양한 동작과 자세를 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을 지켜보는 하타요가 수련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있다. 고난도의 자세를 완성시키지 않더라도, 정확한 동작과 자세를 위해 의식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수련의 생리 심리적 효과를 누구나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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