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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인 Apr 17. 2024

아엥가요가 인스티튜트

잠 못 드는 밤을 위한 요가


아엥가(Iyengar)요가 인스티튜트가 있었던 뿌네는 라즈니쉬(Rajneeshi)가 미국에서 추방당한 뒤 자신의 말년을 보냈던 도시이다. 라즈니쉬(1931~1990)는 동시대 같은 도시에 살았던 아엥가의 묘기와 같은 요가자세 수련에 대하여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인도의 5월 마지막 주에 전 세계의 많은 요가 마니아들이 수업을 등록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아엥가는 또한 현대의 성자인 끄리슈나무르띠(Krishnamurti)와 교류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명상은 자발적 일어나는 현상으로서, 교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끄리슈나무르띠(1895~1986)의 견해를 받아들여 결코 명상을 지도하지 않았다.

     

아엥가(1918~2014)의 스승 Krishnama Cariya, 크리슈나마 짜리야(1888-1989)는 자신의 누나와 결혼한 매형이다. 크리슈나마 짜리야는 인도의 정통의학 아유르붸더(Āyūrveda)와 싼쓰끄리뜨에 정통한 브람 민(brahmin), 바라문(성직계급)이다. 아엥가를 포함한 그의 유명한 3대 제자가 현대요가를 발전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의 아들인 Desikachar, 데씨까차르(1938~2016)는 개인적인 체질과 체형, 심적 상태에 따라 지도하는 스타일을 달리하여 적용한다는 의미의 위니요가(Viniyoga)의 전통을 계승하였고, 다른 제자인 Patavijois, 빠따비조이스(1915~2009)는 호흡의 흐름과 함께 연속적인 요가동작으로 구성된, 8지(枝)와 배치(줄, 렬 또는 흐름)라는 뜻의 아스탕가 & 윈야사(Aṣṭāṅgā & Vinyāsa) 스타일의 요가를 발전시켰다.

      

아엥가 요가센터의 정식이름은 RIMYI(Ramamani Iyengar Memorial Yoga Institute)이다. 라마마니는 먼저 사별한 아엥가의 부인 이름으로 그녀를 기념하는 요가센터이다. 센터의 정문 정원 한편에는 그녀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당시의 요가수업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과 오후 두 번의 일반수업과 교정치유를 의미하는 리메디얼(Remedial) 요가는 화요일과 수요일, 목요일 오후에, 주중 수업 중 목요일 저녁에는 쁘라나야마(prāṇāyāma), 호흡 수련이 진행되었으며, 아엥가의 장녀인 Geetaji, 기따지(1944~2016)가 지도했던 여성만이 참석할 수 있었던 스페셜 수업이 있었다.

      

요가 수업은 주로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요가지도에 헌신 한 그의 유일한 막내아들인 Parashantji, 쁘라샨뜨지와 함께 번갈아 지도했다. 리메디얼(remedial) 요가는 일반수 업을 따라 할 수 없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참석한다. 인도인이든 외국인이든 다년간 수련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게 소위 ‘메디컬(Medical) 요가’라고 알려져 있는 수업의 임상보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나라별 그룹별 요청에 의하여 임시로 열리는 3주간의 집중코스(Intensive course)가 개설되었다.

      

뿌네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로나발라(Lonavala)에 의사였던 Kuvalayananda, 꾸발라야 난다(1883~1966)가 설립한 까이왈리다마(Kalvalidama) 건강과 요가연구센터(Health and Yoga Research)처럼 6주 코스 또는 9개월의 디팔로마(Dipaloma) 코스 같은 이론공부와 실기수련을 병행하는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수여하는 시스템은 아엥가요가 센터에는 없다. 그러나 자격증 발급은 12단계로 나누어져 있고 개인적으로 자격증 발급을 요청하면 수련기간과 아엥가 선생님의 판단 하에 레벨이 나누어졌다.

    

일반 수업(General class)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외국 수련생들은 요가를 지도하고 있던 강사들과 요가덕후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수업의 내용은 고난도의 동작으로 구성된다. 요가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 예비수업(Beginner class)을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수강한 뒤 일반 수업참석이 가능하다. 각국의 공인 아엥가요가 자격증을 소지한 강사의 추천레터를 제시해야 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등록기간은 3개월 이상 허용되지 않았다. 햇빛 사이로 실비가 내리는 뿌네의 아름다운 몬순의 시작과 함께 6월부터 한 해의 첫 수업이 시작된다.

    

요가수련은 몸의 열을 발생시켜 땀을 배출하게 한다. 이 땀은 피부에 쌓인 독소를 제거할 뿐 아니라, 신체의 움직임으로 자극 받는 근육과 내장 속에 정체된 에너지들을 정화시켜 민감하고 건강한 몸으로 변화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엥가는 스스로 아써너(āsana)와 호흡 수련을 명상적으로 승화시켜 지도한다고 표현한다. 몸을 다루는 방법으로 의식의 각성과 집중의 길로 안내하고자 하는 것이다. 운동량이 부족한 다수의 현대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도구를 활용한 신체의 정렬을 기초로 한다. 더 효과적으로 스트레칭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그에 의해 개발되었다. 도구의 사용은 요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가장 안전하게 자세를 시도할 수 있도록 고안된 한 것이기도 하다.

    

아엥가의 요가지도가 아엥가요가 라고 불릴 때는 사실 어떠한 특징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엥가 자신이 시범을 보였다시피 기기묘묘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말하는가, 아니면 그러한 자세를 실현하기 위한 혹독한 단련의 과정을 말하는가, 아니면 신체 정렬로 대표되는 교정치유요가 방법인가, 아니면 이 모두를 포함하는 요가수련을 말하는가? 이 모든 측면을 포함하는 의미에서 라면 아엥가요가는 엄밀한 의미에서 아엥가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에서 아엥가요가 라고 할 때는 아엥가 방식의 요가수련 체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요가는 요가일 뿐 어느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다. 다른 누군가의 방식이라 하더라도 하타요가 수련 그 자체 일 뿐이다.

    

우리나라 사찰의 칠성당이나 산신각에 모셔져 있는 탱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산신의 눈썹을 하고 크지 않은 신장에 긴 다리와 긴 팔을 소유한 은발의 모습, 그와의 대면은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다. 애모라는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 가!’ 몸의 근육은 굳기 시작하고 어설픈 영어가 목구멍으로 기어들어 가는 자신을 지켜보아야만 한다.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 가끔 한편에서 아엥가 선생님이 수련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종종 학생들의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직접 설명을 시작하면 수업은 더 흥미진진해진다. 오전수업 이후 아엥가 선생님이 늘 개인적으로 수련하는 시간에 제자들이 몰려가 함께 자율적으로 수련하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침묵 속에서 자세와 함께 하는 호흡소리와 자세의 보조를 위해 사용하는 소도구를 이동하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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