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불씨처럼 꺼지지 않는 욕망은 흘러간 강물의 전류처럼
온몸을 휘돌다 사라집니다. 작은 입김만 스쳐도 다시 타오르며, 어둠 속에서도 오래 남아 자신을 태우는 불빛과 같습니다. 누군가 욕망도 제 몫을 다한다고 말하면, 어디선가 물결처럼 일렁이는 얼굴들이 떠오르고, 갈피 잃은 호랑이의 꼬리처럼 잠잠히 가라앉지 못합니다. 그렇게 욕망은 그저 굴러가는 것일 뿐입니다. 길 위에서 구르는 돌멩이처럼, 흙먼지를 일으키며 제 길을 가는 것입니다. 끝내 욕망은 욕망으로 남아야 할 운명입니다. 사랑이 그저 사랑으로 남아야 하듯, 욕망도 그 자체로 머물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불씨는 꺼지지 않아야 합니다. 꺼짐은 사라짐이 아니라, 또다른 타오름의 시작이 될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