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현상학
사랑하는 이에게,
잠을 이기려 하지 말아요.
잠이 오는 것은
단지 몸이 피로하고,
마음의 에너지가 조금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그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몸과 마음이 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요.
그건 싸워서 이겨야 할 일이 아닙니다.
잠과 싸우지 말고
잠이 오면 그냥 오게 두세요.
그것 때문에 당황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수록 ‘나’라는 에고가 더 단단해질 뿐이니까요.
졸음과 혼침은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영사기의 초점이 잠시 흐려지는 것과 같아요.
그저 기다리면 됩니다.
장면이 다시 또렷해질 때까지,
억지로 눈을 뜨려 하지 말고,
잠시 눈을 감고, 그냥 두세요.
잠이 오는 것은
쉼을 필요로 한다는 신호일 뿐이에요.
휴식은 우리에게 허락된 일입니다.
그러니, 그 허락을 스스로 막지 마세요.
아니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폐에 가득 차도록 마셔 보는 거예요.
그러나,
요즘 가끔은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했지요.
내일을 염려해서
잠을 자려 애쓰지 않아야 해요
그 긴장은 오히려 더 깊은 불면을 부를 뿐이예요.
오늘 밤에는
잠이 당신을 조용히 감싸 안도록 내버려 두세요.
그 부드러운 어둠 속에서,
당신의 마음도 서서히, 고요히 쉬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