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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질 뿐

고요의 현상학

by 열인

오늘도 문득,

느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억누르지 않아도 밀려오는 파도처럼,

우리 안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


살고,

죽고,

또다시 살아나는 일들.

모두 그 자체의 원인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느끼는 일뿐이겠지요.


때로는 그 느낌에 숨이 막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숨 막힘조차,

또 하나의 살아 있음으로 남겨질 뿐입니다.


기다립니다.

느낌이 지나가기를.


언젠가 기다림조차 사라지면,

그때는

그냥 ‘있음’으로 남겠지요.


그제야 알게 될 것입니다.

느낌도,

느끼는 우리도,

언젠가 사라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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