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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언 Sep 16. 2024

옳은 말은 틀린 말이기도 하다.

2024 치유 에세이

겉보기에 옳은 말을 한다고 해도 그 속에 가해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면 또 다른 가해자를 증식시키는 결과를 만든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을 무시하면 안 된다.” 라는 말이 있다. 얼추 그럴듯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풀어 보면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건 옳고, 무시하는 건 그르다는 판단이 있다.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무시할 때마다 자신을 판단한다. ‘무시하는 나를 무시하는 나’ 가 생긴다. 또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자신을 투사하여 그를 판단한다. 분리에 분리에 분리를 거듭하여, 가해는 암세포처럼 증식된다. 이는 사랑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길이다.


정답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정답은 본질적으로 두려움에 기반하여 있다. 정답을 따르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사랑할 수 없다. 정답 속에는 사랑이 없다. 정답으로 이룬 변화는 지속되지 않는다. 한 면을 제외한 다른 모든 면을 오답이라고 판별하기 때문이다. 정답을 추구하는 동안에는 자신을 미친듯이 가해하고 있는 것과 같다.

옳은 말은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다른 상황에서는 틀린 말이기도 하다. 진정한 의미에서 옳은 말은 틀린 말과 같다.


반면 사랑과 조율될 때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지 않고도 알게 된다. 그런 걸 고민할 필요조차 없게 된다. 자신이 오답이라도 틀린 기분으로 살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이 진정한 정답, 정답 너머의 정답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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