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시애틀!

미국식 김밥천국? Denny’s

by 서지혜


시애틀 도착


드디어 기나긴 비행 끝에 시애틀 Tacoma 공항에 도착했다. 2025년 3월, 비자 거절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뉴스가 한창 나올 무렵이었다.


예상되는 질문과 답변을 마음속으로 곱씹으며 우리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입국 심사의 압박감과 이방인들의 긴장감이 미묘하게 뒤섞여 공항 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느 공항과 마찬가지로 입국 심사관들은 무뚝뚝했고, 무심한 표정으로 날카로운 눈빛을 숨긴 채 우리를 훑어보며 질문을 했다.

뻔한 질문들이었다. 미국에 왜 왔는지, 얼마나 머물 것인지 , 그리고 언제 떠날 것인지.

남편은 막힘 없이 대답을 했지만 말 끝의 미세한 떨림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도, 질문이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쾅! 하고 도장이 여권에 찍히기 전까지는 왠지 모르게 떨린다.



Denny’s - 미국식 첫 식사


여느 공항과 마찬가지로 시애틀의 공항도 마중 나온 차들의 경적소리로 정신이 없었다. 친척분들과 분주한 인사를 나누고, 발끈한 뒷 차의 “빵”소리에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혹시나 우리가 배고프지 않을까 걱정한 삼촌이 급하게 여기저기 알아보셨지만 늦은 밤이어서 그런지 잠시 앉아서 식사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맥도날드는 이미 문을 닫아서 버거킹으로 차를 돌리다 우연히 한 식당을 마주쳤다. “Typical American style”이라는 삼촌의 말에 우린 주저 없이 “Let’s go”를 외쳤다.


메뉴가 매우 다양했다.

Denny’s는 캐주얼한 분위기의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24시간 영업이어서 늦은 밤에 도착한 우리도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화려한 메뉴판을 몇 번이나 뒤적거렸는지 모르겠다. 해쉬브라운도, 나초도 먹고 싶었지만, 왠지 미국식 하면 칼로리 폭탄 비주얼에 단짠의 조화가 떠올라 고심 끝에 딸기잼 프렌치토스트로 결정했다.


Berry stuffed french toast slam

딸기잼 토스트에 달걀, 베이컨, 소시지 세트 메뉴, 당연히 한 플레이트에 같이 나올 줄 알았는데 두 접시가 나오니 순간 내가 시킨 게 아닌 줄 알았다.

어마어마한 빵 크기와 딸기잼 양에 한 번 놀라고, 달걀이 두 개나 나온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이것이 미국식 정 情 인가 싶었다.


한 입 먹는 순간 졸음이 확 달아날 만큼 달콤 새콤함이 입안에 가득 찼다. 이건 마치 으깨진 사탕을 밥 대신 먹는 것 같은’ 옳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미국에선 왠지 이런 “옳지 않은” 음식을 한 번쯤은 먹고 싶었기에 나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음료라도 건강하게 ….

함께 시킨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길고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반가워 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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