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4분면
감정을 구조화하면 달라지는 것들
요즘 아이들은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기쁨과 행복은 놀이와 재미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까?
이 질문들은 최근《지능의 기원 : 저자 - 맥스베넷》이라는 책을 읽으며 떠올린 고민들이다. 이 책에서 감정과 지능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감정이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우리의 학습과 사회적 관계, 심지어 지능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감정이 긍정/부정으로만 나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수준(높고 낮음)에 따라 다르게 경험될 수 있다는 개념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감정을 보다 구조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 감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우리가 스스로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마음챙김 놀이와 아이들의 반응
2023년, 나는 학생들이 수업 전에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음챙김 놀이’ 명상 콘텐츠를 제작했다. 짧은 3분 동안 조용한 환경에서 종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었다. 목적은 간단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 정신적 안정을 찾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었다.
https://youtu.be/Ubgipyc-woE?si=g8NvRd646XI4ALv9
많은 아이들이 이 시간을 통해 감정적으로 안정되고, 수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타났다. 몇몇 아이들은 이 평온한 시간을 불편해했다.
그들에게 ‘좋은 감정’이란 놀이나 재미를 통해 얻는 도파민적 만족을 의미했다. 반대로, 고요함과 평온함은 너무 심심하고 따분한 것이었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며 우리가 자극적인 환경에 익숙해진 나머지, 고요함이 주는 긍정적인 감정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의 4분면: 감정을 다르게 바라보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감정을 구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감정의 4분면’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감정의 4분면은 감정을 두 가지 축(에너지 수준과 감정의 질)으로 나누어 바라보는 방식이다.
높은 에너지 & 긍정적 감정: 기쁨, 흥분, 기대감
높은 에너지 & 부정적 감정: 불안, 분노, 스트레스
낮은 에너지 & 긍정적 감정: 평온함, 안정감, 만족
낮은 에너지 & 부정적 감정: 우울함, 피로, 무기력
이렇게 감정을 분류하면, 우리는 감정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감정은 단순히 ‘좋다/나쁘다’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감정은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긍정적인 감정으로 여기는 ‘기쁨’과 ‘평온함’은 성격이 다르다. 기쁨은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감정이라면, 평온함은 조용하고 안정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두 감정 모두 긍정적인 감정이며, 우리에게 필요하다.
아이들이 감정을 4분면으로 시각화하면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이해하고, 감정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왜 감정의 4분면이 필요할까?
1)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
우리는 가끔 자신이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도 모른 채 하루를 보낸다. 감정의 4분면을 활용하면 내가 지금 어떤 감정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2) 긍정적 감정의 다양성을 배우기
아이들에게 기쁨만이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평온함도 소중한 감정임을 알려줄 수 있다.
3) 감정 조절 능력 향상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면,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쉬워진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높은 에너지 & 부정적 감정)를 느낄 때, 평온함(낮은 에너지 & 긍정적 감정)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우리의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감정의 모든 요소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절하는지를 배우는 것이다.
나는 감정의 4분면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감정 조절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긍정적인 감정이 꼭 신나는 감정만이 아니라, 고요함과 평온함도 중요한 감정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기대한다.
감정이 단순한 ‘좋음’과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색깔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감정을 더욱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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