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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변하는 것은 없다.

뭐든 시간이 필요해요.

by zejebell

우리나라 사람들은 빠른 것을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나 역시 우리나라 사람인만큼 성격이 급한 편이다. 조금 더 느긋하고 여유를 가져도 될 법한 문제들에 있어서도 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력을 느껴 조급하게 행동하곤 한다. 하지만 세상은 자신의 느리고 빠른 성향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자신의 속도를 가지고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의 속도를 혼자서만 거스를 수는 없음에 대해 빨리 깨달을수록 조급증에 걸린 사람은 그 조급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나이가 젊으면 젊을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하루라도 빨리 무언가를 이룩해내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바로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보다 뒤처지게 될 것만 같은 느낌에 서두르게 되지만 사실 생각만큼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실패할 것을 기대하며 도전하지 않는다. 빠르게 성공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게 되는 여러 번의 실수와 시행착오의 순간이 존재할 것이란 부분은 간단히 패스해 버린다. 사춘기 때 이미 겪었던 자신만은 다를 것이란 착각을 여전히 졸업하지 못했음을 나중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빠르게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성공에 지름길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과 같다. 과연 그럴까? 무엇이 되었든지 남보다 빠르면 된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면 오히려 남보다 느리게 도착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지름길을 찾아 헤매며 낭비한 시간과 잘못된 길을 가다 되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시간을 모두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제대로 된 출발점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걷다 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해 있는 경우도 있다.


마음이 급해서 빠른 방법을 찾아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중에 되돌아보게 되면 사실 그렇게 빠르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이 가고자 하는 길 위에서 목적지로 향하다 보면 수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되기 마련이고 이런 부분들이 속도를 늦춘다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험 없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사람은 없다. 이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자신만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고 시행착오란 나와 상관없는 말이길 바란다. 이는 새롭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절실히 나타나는 부분일 수 있다.


직장 상사라면 일을 가르쳐 줄 필요가 없는 직원이 들어오길 바라며 신입인 경우 실수 없이 빠른 진급을 원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처음은 있기 마련이고 경력직은 이러한 실수를 통해 경험이 쌓인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어떠한 실수나 실패의 경험을 가지지 않고 위로 올라가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직장생활을 조금만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현실적이지 못한 조급증에 빠져 누구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길 바라게 된다. 어쩌면 조금 느리더라도 정도를 걸어 올바른 목적지에 도착하길 바라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바람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약간의 실수도 큰 약점처럼 여겨지며 실수를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실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 한다. 경력직 직원과 사회의 선배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는 신입 혹은 누군가 실수를 저지르게 되었을 때 그것을 야단치고 책임 지우게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실수를 수습해 주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데 있다. 실수를 무능함의 결과로만 보고 몰아세우게 되면 그 누구도 일을 배울 수가 없다. 결국 그 누구도 경력직으로 올라설 수 없게 된다.


빠른 결과만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는 성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시한다. 정도를 걸어가기보다는 누구보다 빠른 결과만을 원하게 만든다. 빠른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 좌절하는 마음에 빠지게 되고 의지력도 줄어들면서 좀 더 쉬운 길을 찾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빠르고 쉬운 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미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자신의 상황이 여유 있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천천히 가도 괜찮음을, 그 마음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만은 너무나 각박해지지 말기를, 빠른 길을 찾기보다는 제대로 경험을 쌓아 나갈 수 있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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