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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빌드업

서사 없는 인생이 있을까?

by zejebell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이고 앞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진짜로 일어나는 일들에는 꾸며낸 것과는 다른 진정성이 갖는 힘이 있습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곧 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매일이 비슷한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차곡차곡 자신의 시간이 쌓여가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누군가는 시간 속에 파묻혀 버립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남습니다. 다른 사람의 화려한 시간 속 훌륭한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칭송을 받고 있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만큼 소중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 속에는 누구와도 같지 않은 이야기가 존재할 것입니다. 때로는 드라마틱한 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이야기가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나아가거나, 어쩔 수 없이 떠밀려 그렇게 되거나 어쨌든 포기하지 않는 한 이야기는 이어지게 됩니다. 그냥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사람들은 자신 앞에 놓여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이미 만들어진 남의 이야기에 편승하는 것이 더 쉬워 보여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보고자 행동하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해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기도 합니다.


현재 자신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역시 너무나 능력의 부족으로 (혹은 차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간절하면 이루어지고 모두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더욱더 자신을 조급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우주의 모든 만물 중에서도 작은 존재인 나는 내가 아무리 위대한 과학자나 위인이라 할지라도 자연의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습니다. 피하려고 한다고 해서 피해질 수 있는 이야기는 없고 실패해야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이야기는 피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조금이라도 쉬운 길을 가기 위해 아는 모든 방법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이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에 있어서 위험한 부분은 건너뛰고 꽃길만 걷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합리적인 사고로 여깁니다. 합리적인 선택만 하는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커지게 되고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 불안함을 느껴 결국 나중에는 자신의 인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이를 어떤 철학자는 경직된 인간이라고 하였습니다.)


시련이나 고통, 좌절, 힘듦이 있어야 내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두렵고 불안합니다. 스스로 받게 될 상처가 많이 아플까 봐 걱정됩니다. 자신이 패배자로 느끼면서 한없이 위축되고 거기서 멈춰버릴까 봐 무섭습니다. 아무리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이라는 것을 알아도 태연히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대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떠한 급박하고 간절한 상황에 있어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결국 모든 일은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삶의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후회 없는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시련을 겪으며 수없이 놀랍니다. 재기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타인과 자신에게 더 깊이 다가갈 힘이 있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그리고 삶의 기쁨이 얼마나 강한지, 세상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알게 됩니다. 실패해도 우리 내면은 죽지 않습니다. 오히려 힘을 깨닫고 진가를 보여주며 더욱 강해집니다."

- 샤를 페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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