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들의 희망이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정말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찝찝한 마무리가 안된 그런 해가 되었습니다. 정말 힘들고 많은 일들이 어느 해처럼 있었지만 막판에 큰 X는 도대체 내 인생에서 몇 번 안 있을 거시적이자 미시적 불행을 안겨주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게 뭐?'라는 전혀 타격감 없는 감사한 삶을 이어가시는 강철 멘털을 보여주고도 계시는데 전 불행히도 그렇게 튼튼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약한 바람에도 금방 흔들려버리고 마는 마음은 불행에 너무 민감하여 금방 물들고 맙니다. 그래서 가급적 슬프거나 울분을 가질만한 뉴스들이나 정보들을 보지 않으려 하는 편인데 세상에 부족함 없이 넘쳐나는 것이 바로 그런 뉴스들입니다.
올해 초에만 해도 나름대로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꿈을 꿨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무너진 정도가 아닙니다. 뒤통수를 세게 맞아 기절 직전인 것이라 해야 맞을 듯합니다. 거기다 각종 악재들이 겹쳐 일어나게 되면서 일반 서민보다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저입니다.)은 더 힘들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일 것입니다. 그래도 내년은 올해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별 근거 없는 기대를 또 하게 됩니다. 최악의 상황에 좋은 점 중 하나는 더 이상의 바닥으로 내려갈 일은 없으니까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희망회로를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늘 힘 있는 누군가의 잘못된 결정으로 휘둘리고 마는 허약한 삶은 희망을 빼앗기고 절망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특성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에 대해 죽기 전까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삶이 더욱 힘들고 불행하게 느껴집니다. 아, 올해는, 올해는 대부분의 분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뭔가를 이루기 위해 좀 더 노력했었던 한 해였었습니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고 마음먹은 기준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었습니다. 일분일초를 아껴서 생활해 왔지만 기대했던 작은 성과는 아직 얻지 못했습니다.
그 기대는 내년으로 넘기기로 했습니다. 왜 내 삶은 이 모양인지 절망하고 눈물 흘리기보다는 내년을 좀 더 기대해 보기로 했습니다. 꽃은 피고 나면 지게 되고 열매를 맺게 되지만 아직 피지 않은 까닭에 열매를 맺지 못한 것뿐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은 올해가 빨리 가기만을 -내가 그리 빌지 않아도 올 새해지만- 기다립니다. 어차피 흘러가는 이 시간은 과거라는 시간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그 속에서 값진 것, 기억에 남는 것만 다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가치가 매겨지게 될 것이고 나머지는 익명의 시간, 더 이상 괴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노력들의 무덤이 될 것입니다.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너무나도 힘든 시간들을 보내실 많은 분들께서 지긋지긋한 이 시간들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슬프고 절망적이며 울분에 찬 이 시간이 제발 쓸모없는 노력의 더미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언제나 보다 가치 있고 기대할만한 희망을 발견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힘겨운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정말 참 올해도 잘 살아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년은 분명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또 품어봅니다.
어쩌면 내년의 희망을 또다시 다음 해의 희망으로 넘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 노력들은 쓸모없는 것들이 아닐 것입니다. 삶은 그렇게 채워져 가는듯해 보입니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지 얼마 남지 않은 내년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내년은 올해보다 낫겠지요?
아니, 왜 한숨을 쉬어? 무슨 일 있어? 다시는 좋아지지 않을 특별한 불행이라도 있어? 우리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불행이야? 정말 모든 것이 끝장난 거야?
<우연한 불행/프란츠 카프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