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런 사람 있나요?
삶을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과 철학이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됩니다. 흔들림이 가장 심했던 시기가 언제였던지 사춘기, 20대, 30대, 40대... 생각해 보면 흔들리지 않았던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에서야 그 시절을 되돌아보니 그때가 그래도 좋았던 것 같이 느껴지는데 막상 그때는 다양한 이유로 앞이 보이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러나 지금과는 조금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그 시절에는 시간이 내편일 것이라는 생각이 버틸 수 있었던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아직까지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항상 통장에 들어있는 적금처럼 생각했습니다. 언젠가는 꺼내 쓸 수 있다는 자신감 아닌 자신감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마이너스 통장처럼 나이가 들면서 야금야금 빠져나가버렸습니다.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기면서 조금 능숙해지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것도 사실이지만 한 편으로는 불안감도 커져만 갔습니다. 모든 게 안정적이 되면 불안감이 사라지리라 생각했건만 가진 것이 많아지고 잃을 것이 생길수록 불안감 역시 더 커져만 간다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사람에게 현재만큼 힘든 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늘 현재 속에 흔들리면서 앞으로 걸어갑니다. 자신이 가는 길이 맞다고 확신하면서 걷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냥 수많은 선택지 중에, 혹은 선택지가 없으므로 가야만 하는 길이 되어 걸어가는 것이 하루하루의 삶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생활의 시간이 쌓여가다 보면 어느새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도달하는 지점이 생기게 됩니다. 그것은 아직 저도 가보지 않은 곳이기에 어떻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것들을 바탕으로 보자면 스스로의 성장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그저 계속 헤매다가 사라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사실 어떤 곳에 도달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나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내가 나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가고자 하는 곳이 달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목적이나 목표를 이뤄나가는 삶도 칭찬받고 존경받아 마땅한 그런 것이겠지만 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나아졌다면 그것도 참으로 괜찮은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로 남들이 가는 거창하고 화려한 길이 부러워 따라가고자 했던 적도 있었지만 나하고 맞지 않는 길이었는지 너무 버거웠습니다. 그리고 사실 능력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인정하기까지가 몹시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생활을 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결심했던 하루의 일과를 잘 마치는 것,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 예민한 감정에 대해 스스로 들여다보고 나 자신을 다독이는 것 등도 이 못지않게 중요한 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냥 그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늘 흔들리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사람인 이상 늘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삶이란 사실 환상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흔들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불안해하고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단테도 인생길의 한가운데서 올바른 길을 잃고 어두운 숲 속에서 헤매었다고 하였고 시몬 드 보부아르 역시 50세를 넘는 것이 악몽이며 이미 죽음이 시작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흔들리는 삶의 시간은 누군가에게 나 공평한 것 같습니다.
어떤 철학자는 그의 강의에서 공허하고 허무한 삶을 좀 더 그렇지 않게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삶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흔들리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마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차분히 갖도록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는 외부의 자극에 너무 쉽게 반응하지 않고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면 흔들린다는 것이 꼭 안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적어도 흔들릴 때마다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또 얼마나 흔들리면서 삐뚤빼뚤 나아가게 될지 사실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똑바로 걷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되돌아보았을 때 길에 남아있는 갈팡질팡했던 내 발걸음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실망하고 좌절하기보다는 그냥 그래도 참 열심히 노력하면서 걸어왔다는 칭찬을 해줄 수 있을 정도의 마음을 키웠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흔들리며 살아가는 삶이겠지만 흔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그 순간에 집중하여 나 자신과 친해지도록 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