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이가 들면서 안정감을 갖게 되고 뭐든 젊었을 때보다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 나아진 삶을 살고 있는 어른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어렸을 때 생각했던 어른의 나이가 되고 나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삶은 살수록 어려워지는 것만 같고 사람의 관계 역시 여전히 복잡하기만 합니다. 젊었을 때보다 과연 나아진 점은 무엇이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어떤 나이대에 존재하고 있든지 모두 처음일 뿐인 나이입니다. 현재 자신의 나이에 낯섦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을 느낄 때마다 위기의식도 함께 드는 까닭은 아마도 앞으로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조바심 때문일 것입니다. 젊었을 때는 지금 실패해도 앞으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그래도 남아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그 기회가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이 막연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의 교착상태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는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들의 앞에는 어떤 선택권도 남아 있지 않는 것처럼 보여 답답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오로지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책임감과 의무감뿐이라는 생각에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아무런 권한도, 자유도 없이 이 시간 속의 나이대에 갇혀버린 기분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를 거부하고 다른 삶의 변화를 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두려움 속에서도 우울과 무기력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삶을 전환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마음을 먹는 것, 삶의 방식을 바꾸길 원하는 마음을 선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시간은 더욱 많이 필요하고 사실 이제까지 익숙했던 것들마저 쉽게 떠오르지 않게 됩니다. 무얼 하든 두려움이 불쑥 솟아올라 변화에 대한 갈망을 흐리게 만들어 버립니다.
사람은 각자 저마다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그 크기 역시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작은 에너지로도 변화가 가능하지만 큰 에너지와 더불어 상황의 변화까지 잘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움직이는 것이 힘든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국 마음의 문제일 것입니다. 내가 가진 이 우울함과 두려움, 옴싹달싹할 수 없는 덫에 빠져버린 것과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길 얼마큼 원하냐의 문제인 것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하게 느껴지는 이 인생에도,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끝이 올 것입니다. 두려움과 불안 속에 인생의 나머지를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꼼짝할 수 없는 의무감과 책임감만으로 인생을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남아 있는 시간이 많은 듯하게 느껴집니다. 아무것도 인정할 줄 모르고 비판만 하는 원리주의자가 되고 싶지도 않고 이제까지 생활해 온 태도를 고수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어야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성숙한 인간으로서 주어진 현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현재의 삶에 닥친 위기를 잘 극복하여 보다 나은 인간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말하는 것을 즐겨하기보다는 귀 기울여 듣고 지혜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나이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나 자신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인간은 단지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서만 아니라, 걸어감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걷는다."
-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