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를 닮은 울 엄마
한여름 뙤약볕 아래
시골집 담장은 올해도 주렁주렁 주홍빛 그리움으로 익어간다.
분통 같은 꽃송이마다 가득한 울엄마 냄새
그 여름날의 열병으로 뜨거워진 눈가가 시리다.
수줍은 새색시, 불그레한 연정을
담장 너머 주홍빛 꽃등으로 매달아
살포시, 오실 낭군님에게 전하더니
보드랍던 새색시 새순 같은 여린 마음이
한 해, 두 해 또 여러 해 거친 비바람 찬서리로 겹겹이 단단해지고
그렇게 줄기마다 땐실땐실 사남매
어엿한 한몫쟁이로 키워 내더니
팍팍한 살림살이 아무리 억척을 떨었어도
여태 단정한 여인의 마음
고고한 담벼락을 따라 우아한 꽃송이로 피워 올렸다.
해마다 품 떠난 자식들 위해 정안수를 올리며
어두운 밤길 꽃등을 밝혔을
울 엄마 붉은 기다림.
어느 날 꽃송이 뭉턱, 바닥으로 떨구더니
채 시들지도 못해
그만 내 담장에 뿌리를 뻗친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자란다.
능소화 꽃 아름다운 담장을 스칠 때면
어느새 내 담장 꽃등에 다시 고운 분내 가득한 불이 켜진다.
오늘도 붉어가는 담벼락 사이로 설핏 울 엄마 따뜻한 미소가 살랑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