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마엘PD Sep 29. 2022

위로하는 법

위로와 충고 그리고 조언.


MBTI가 T인 내가 제일 못하는 것, 위로

나의 제일 친한 대학 동기와 나, 20살 초중반, 서로 참 많이 싸웠다. 이유인즉슨 나의 공감능력 결여, 나는 MBTI도 극 T의 성향이라, F가 전혀 발현되기 어려운 타입이었다. 친구를 만나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늘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 바빴다. 지금은 안다. 그 친구가 어떤 말을 원해서 나에게 이야기한 것인지. 그러나 그 전에는 알지 못했다. "도대체 이 영양가 없는 대화를 왜 하는 걸까" 하는 생각들만 들었다. 그러나, 진정한 위로를 제대로 경험하고 나니 위로라는 것의 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지금은 만들어진 F형으로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최근, SNS에 공감 편지를 쓰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이 위로, 공감과 같은 감정에 목말라 있다는 것, 그건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보인다. 예컨대 "괜찮아, 너 잘할 수 있어" 등의 응원문구 혹은 "그냥 쓰러져 있어도 돼"와 같은 위로의 말이나 문구를 원하는 것 같다. 무엇이든 잘해야 하는 21세기 사회에서 쓰러짐과 서있는 것은 허락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나는 아주 최근 '장애'를 입었다. 갑자기 다리를 못 쓰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막막한 그 시기,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희망적인 말들을 나에게 내뱉었다. "음, 곧 괜찮아질 거야", "넌 할 수 있어", "다시 일어나자" 등의 이야기, 솔직히 "네"라고 반응하고 대답하긴 했지만, 마음에는 그 말들이 더 상처였다.
왜? 난! 늘 이겨내고,
극복하고, 일어나야 하는가?
나도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그냥 있고 싶다. 울고 싶다
그런 생각들을 했다.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전신이 마비되고 내 힘으로 일어날 수도, 설 수도 없었고, 내 몸을 누군가에게 맡겨야만 했다. 그 모든 상황이 너무 싫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누가 내 몸을 만지고, 씻기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앞으로 나의 인생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진짜 민폐 인간이 될 내 인생, 나는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목숨을 끊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죽음조차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지금의 내가 너무 비참했다. 그때는 위로도, 어떤 말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솔직히,

첫 재활의 시작도, "그래! 죽기 위해서 재활을 하자!" 내가 휠체어를 끌고, 옥상까지 올라가 난간 위에 올라설 정도가 되어야 죽음이라도 선택할 수 있을 테니까. 열심히 재활을 받기 시작했다. 죽기 위한 재활, 마음이 아파도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사회에 나가는 건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아주 친한 나의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고, 좋아하는 선배에게도 연락이 왔다. 나는 또 한 번 선배에게 깊은 위로를 받았다.
지금 네가 힘든 건 당연한 거야!
더 힘들어해도 돼
울고 싶으면 다 울고,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수화기 너머로 언니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가 더 슬퍼했고, 아파해주셨다. 처음으로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다. 아픔 이후 수없이 들었던 말이지만, 언니가 해주는 말은 더 깊게 날 치유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바쁜 와중에도 병원으로 달려와주셨다. 처음처럼, 나의 손을 만지고 , 안아주며, 같이 울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끼는 제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전히 그 말을 기억한다. "왜 선생님처럼 좋은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며 엉엉 울던 제자, 덕에 나도 같이 엉엉 울었다. 그 전화가 끝나고 나도 처음으로 엉엉 울었다. 부정했던 현실이 나에게 현실로 다가왔고, 눈물이 정말 비가 되어 두 볼을 타고 끝없이 흘러내렸다.

그렇다. 나에게 수없이 이야기 해준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 두 사람이 달랐던 건, 날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마냥 희망스러운 말보다 내 마음을 대변해서 같이 울어주고 함께 있어주기 위해 달려와줬던 것들, 그 모든 것들이 나의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주변에 정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보일 때, 가끔은 아무 말도 없이 같이 있어주자! 아니면 안아주자! 그 사람이 아픔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면 함께 울어주자! 그것이 때로는 가장 큰 위로 일수도 있다. 필자를 안고 울어준 언니와 전화하며 자신의 일처럼 같이 울어주던 제자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받고 싶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