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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두운 세상인데(3)

라스베가스에서의 경험

요세미티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에서

18시간 버스를 타고

라스베가스 (Las Vegas)에 도착했다.


지루한 여정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렌지밭,

한량 두량 세다가 백오십량에서

지쳐버리고 포기한 끝이 있지만

끝이 없어보이는 기차행렬

그리고 그레이하운드 버스 에서

쉬임없이 돌아가는 'Beauty and Beast"

비디오테이프는 우리의 지루함을

조금씩 달래주고 있었다.


너무 길고 긴 여정이었다.

동이 트는 새벽에 출발해서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라스베가스에 도착한 것이다.


CHATGPT가 그린 그림

라스베가스.

도박의 도시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여행객들은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가이드는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라스베가스에 가서 돈을 딸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성급히 서두르지 마시고 침착하게 기다려주세요."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비결이 있으면

 본인이 그 혜택 받으면 되지않을까?"


여행객들이 졸려서 지루함에 빠질 때가 되면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어김없이 돈을 따는 비결을 알려주겠노라고

가이드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했다.


칠흙같은 어둠이 짙게 깔린 그 길을

그레이하운드(Greyhound) 

서서히 진입했다.


라스베가스는 인간이 만든 조명에 의해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

별모양의 건물

우뚝솟은 삼각뿔의 건물 등등

수많은 건물들에  부착된 조명들이

각양각색의 빛을 발하며

라스베가스를 밝히고 있었다.

이미 파티는 시작된 것 같았다.


건물마다 다양한 쇼가 펼쳐지고

이미 도착하여 라스베가스를 즐기던

여행객들은 흥취에 빠졌다.


우리가 탑승한 차는

묵게될 호텔에 도착했다.

버스가 멈춰서서 정차하고

여행객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가이드는 외쳤다.

"잠시만요. 비결을 들으셔야지요"


이 말 한마디에 모두 제자리에 앉았다.

"비결은 이렇습니다.

 Hotel에 들어가셔서 주무시면 됩니다

 잃지 않으면, 그만큼 돈을 버신  것입니다."


CHATGPT 가 그린 그림

이 말을 듣는 순간

"와 아----!!"

"에이 --!!!"하는 함성이

그레이하운드 내부를 진동시켰다.


나는 호텔에서 짐을 풀고

잠을 청했다.

동반한 식구들은 쇼를 보러간다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나는 깊이 잠에 들었다.

식구들이 언제 들어온지도 모른채.


눈을 떴다.

아침 해가 자기얼굴을 드러내어

라스베가스를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눈이 부시게 다가오는

햇살 사이에 드러난 라스베가스를 보고

순간적으로 충격에 빠졌다.


어젯 밤

라스베가스를 장식했던  조명은 빛을 잃고

건물은 허연 시멘트 색으로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었다.


인간이 만든 빛과 화려함이

태양 아래에서는 잿빛 무덤에

불과하구나.


또다시 어둠을 보았다.

인간이 조성한 화려함의 본질이

어둠이라는 사실을.


그래

지금 우리는 밤하늘의 별빛도 잊혀지게 만드는

그럴듯한 조명 아래에서

신나게 살아가고 있지만

결국 그  조차

태양이 솟아오르면 빛을 잃어버리는

현실을 맞이할 수 밖에 없음을.


어둠 속에 있었지만

어둠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아마

인간의 손놀림에 의해

물질문명의 속도가 가속화할수록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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