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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었나요?

잊혀진 그 날

어제도 비가 내렸다.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겨울.


"금년에는 비가 많이 내릴꺼야!"

로또 당첨번호 한자리 수도 맞히지 못하는 내가

무슨 수로 일기예보(日氣豫報)

맞힐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나의 예측을 따라

비가 내린다.

그것도 찔끔찔끔.


"이 비는

  농사(農事)에 도움이 될까?"

도회지에서 태어난 도시남자는

농부(農夫)의 딸로 자란 아내에게

슬그머니 물어본다.


마치 자연친화적인  

관심이 있는 듯이.

실제로는

 '오늘 어떻게 출근하나?'

하고

하루의 시작을

짜증으로 색칠했으면서.


"응 지금 모내기철인데

  좋지"

남편의 생기없는 질문에

아내는 지나가는 개나 들으라는 듯이

퉁하고 내뱉는다.


이미 던져진 소음(騷音)은

흩어져 공중으로 사라져버렸다.


전동휠체어에 앉아서

한 손에는 우산을 높이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휠체어   핸들을 조종하면서

내리치는 빗 속을 가로질러 달렸다.


"봄 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1970년 노랫소리가 내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순간 멈칫하며 "때가 어느 때인데"

자책하듯이 입술을 깨물며  

노래를 차단했다.


바람은 차가웠다.

이때 봄비를 다 맞아가면서

우산도 없이 학교에 가던 그 날이

기억 속에 다시 살아났다.


목발을 짚고

빨리 달릴수도 없으면서

마음만은  숨이막힐 정도로 발걸음을 재촉했던.

"가방 속의 책은

                  젖지않을까?

 도시락 반찬 김치는

                  넘치지 않을까?"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교복을 벗어버렸다.

속옷만 간신히 걸친 채

손으로 쥐어짜 물기만 빠직

교복은 칠판 위의 줄에 널어놓았다.


살짝 마르기를 기대하면서.


봄이 왔는지

겨울이 회기했는지

옷깃 속으로 스며드는

찬기를 느끼면서

나는 달려가고 있었다.


잊혀진 줄 알았던

50여년 전의 그 일이  생각나면서.


봄이 왔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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