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아빠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느덧. 이곳에 온지 석달이 지나가고 있다.
팔에서 깁스를 제거한 후 시간이 흘렀다.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재활을 착실하게 하면서 팔의 기능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심한 장난은 절대 하지말아요
아직 무거운 것을 들면 안되요"
선생님은 아주 간곡하게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상담선생님은 "기억하고 있지? 삼개월 뒤에 연장될 수 있다고?"라고 하신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일수야 아빠가 이곳에 방문해서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셔. 어때 만나보겠니?"
나는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빠를 만나는 일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포효하며 나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그날의 아빠.
연약한 엄마에게도 그리했으리라는 생각이 나를 더 힘들게했다.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 나는 한번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마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일수야. 네가 이곳에 더 있어야 할지,
집으로 가야할 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야할 지를 결정해야 해. 이를 위해서 아빠를 한번은 만나야할텐데..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선생님 저 집에 안가요. 이것은 분명해요.
그러나 아빠는 만날께요."
이후로 밤과 낮이 바뀌기를 수일 째.
시계의 초침이 원형운동을 하는 속도는 거북이보다도 훨씬 느렸다.
거북이의 앞발은 모래밭에 빠져나오는 일이 매우 힘겹게 느껴졌다.
나는 거북이보다 더 느리게 움직이는 시간으로 인해 속이 더부룩하고 가끔 구토현상을 겪기도했다.
드디어 오늘.
아빠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상담실로 들어서자 그 자리에 아빠가 서있었다.
나는 아빠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아빠를 마주보는 탁자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잘 있었니?"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안하구나. 자 이제 집으로 가자."
다짜고짜 집으로 가자는 아빠의 말에 나는 고개를 높이 들었다.
"나 집에 안가요. 지옥같아요."
아빠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집이 싫으면 아빠와 짧은 기간 여행을 하자.
그리고 나서 얽힌 것을 풀자."
나는 이러한 요구를 거부하기에는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여행만이에요. 나는 집으로 안가요."
나는 상담실을 빠져나왔다.
외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다시 상담실 앞으로 돌아왔다.
상담실 문이 살짝 열려있는데 누군가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누구와 대화를?'
고개를 내밀어보니 원장님과 아빠가 대화를 하고 계셨다.
아니 아빠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저는 매우 바쁜 사람입니다.
일초도 아깝게 살아왔어요.
제가 이런 부질없는 일로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어요.
제가 왜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나는 상담실 문을 노크했다.
아빠는 나를 보고도 전혀 당황하는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왔니? 자 가자. 준비됐지?"
아빠는 원장님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늘 데리고 차에 올라탔다.
"어디로 가요? 여행?"
아빠는 "좋은 곳으로 가자"고 하시며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았다.
다음날 아침.
나는 혼자 몸으로 집을 나섰다.
여행을 간다던 아빠는 나를 속였다.
나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하루밤을 지내고 나는 집을 나섰다.
아침해가 중천에 떠오르기 전에.
거짓된 밤.
나에게서 영원히 사라지기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