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 후

인종(人種)이 바뀌다

안면도 바닷가에서 이루어진

사박오일의 수련회는 꿈같이

지나갔습니다.


마실 물이 없어서 마을로 들어가

매끼 물을 길어오던 일

물고기 잡겠다고 그물을 빌려서

모든 청년이 힘을 다해

그물을 바다에 던졌지만

그물에도 위아래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못했던 서울 사람들의 어리석음

밤바다를 바라보며 모닥불을 피우다가

불법이라고 지적받아 부랴부랴

사내들만 빙둘러서서 소변을 내질러

불을 껐던 일.

낮에는 불볕으로 달궈진 백사장

밤에는 서늘해진 모래밭

각양각색의 놀이로 수련회는

막을 내렸어요.


다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안면도로 내려갈 때와 달리

깊은 잠에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Photo by R.G.Y

어느덧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왠 흑인이 우리교회에 왔네."

우리를 환영한 가족들을 통해

내뱉어진 말은 모두 같은 말이었습니다.

썬크림(Sun cream)도 없었던 당시

벌겋게 달아오른 태양아래에서

뛰어놀기 바빴던 우리들의 피부는

남녀 할 것 없이 시커멓게 만들었던거에요.

알고보니 세네명은 화상(火傷)을 입었고

대부분은 벗겨진 피부로 인해

검은 피부와 벌건 피부가 듬성듬성 드러나

눈뜨고 보기에 흉칙할 정도였습니다.


이때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TV, Radio 그리고 신문조차 없었던

안면도에서 세상 소식과 완전히 단절되어

살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지요.


"아하 뉴스 없이도 잘 살 수 있었구나!"


매일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조간신문(朝刊新聞)이 도착하기만 기다리며

세상사없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는

우리들의 착각을 깨닫게해 준

계기가 된 것입니다..


동시에 나는

"목발을 짚고 어디든지

갈 수 있겠다 !!"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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