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아침 나에 대한 기사가 한글자도 없겠지?

그래 이게 죽는 것이구나

신학교에 입학했다.

"합격!!"

1972년도 고등학교 입학시 보았던

이 단어를 10년이 지나서

다시 보게 되다니.


이제부터 "합격(合格)"이란 단어는

나에게 일상(日常)이 되어갈꺼야.

나는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뜨거운 여름이 다가왔다.

내가 교회에서 가르치던

중학교1학년 남자아이들 7명이

나를 졸라댔다.

"샘 샘 우리 수영장에 가요

샘이랑 같이 가요."

나는 수영을 할 줄도 몰랐고

수영장에 가 본적도 없었다.

"수영장? 어디에 있는데?

수영장이 어떤 생겼는데.

샘은 목발을 짚었잖아.

수영을 할 줄 몰라."

그러나 아이들은 나의 대답을 무시했다.

"우리랑 같이 가요.

우리 짐을 맡아줄 사람이 없어요."

나는 기가 막혔다.

그러나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말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 같이가자.

대신 최샘과 같이 가자.

만일에 안전이 중요하니까?"


나는 수영도 하지않을 것을 알면서도

수영복을 구입해서 아이들과 함께

수원에 있는 "파도풀장"으로 떠났다.

전철을 타고 시외버스를 이용해서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던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매우많아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준비체조는 아주 짧게

아이들은 최샘과 함께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파도풀장의 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바다처럼 밀물과 썰물이 오가면서

풀장에 뛰어든 사람들을

높이 들어올렸다가 아래로 내동댕이쳐

이또한 볼거리가 컸다.


물놀이에 심취하고 있는 중

내 안에 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과연 내가 물에 뜰까?"

수영을 배워본 적이 없는 나는

수영자체보다 나의 부력(浮力)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몸을 물에 담궈보기는 해야겠지?"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풀장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아주 살짝 아주 조금

두발을 풀장 안으로 밀어넣었다.

태어나서 처음 수영장 물에

두 발을 담궜다.

물은 다 같은 물인데

수영장 물이 두 발에 부딪히는

촉감이 왜 이렇게 다를까?


두 발을 넘어 두 다리를 깊에 밀어넣었다.

"아니 지금 이 정도에 만족하면 안되겠지?"

나는 풀장 벽을 잡고 몸 전체가

잠궈지도록 깊이 담구었다.


"나는 폐활량(肺活量)이 좋으니까

머리까지 물 속에 집어넣어보자.

얼마나 오랫동안

숨을 참고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해보자"


나는 꽤 오랜 시간동안 사실 기껏해야

2분 30초 정도지만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벽에 손을 대고 수영장 물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으로 나오기를 수차례하니

물과 나자신이 하나된 느낌이었다.


"자 그렇다면

내가 물 위로 뜰 수 있는지

시도해볼까?

두손을 놓고 순수하게 내 몸을

물에 맡겨보자.

가라앉을 것 같으면

다시 벽을 잡고

물 위로 나오면 되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두손을 벽에서

멀어지도록 살짝 떼었다.

순간 내 몸은 물속으로

깊이 가라앉고 있었다.


"아!!! 아!!! 이러면 안되는데."


순간 과거에 보았던 만화가 떠올랐다.

물에 빠진 사람이 물 위에 얼굴을 내밀고

"사람살려!!! 사람살려!!!!" 외치는 장면.


그러나 나는 얼굴의 아주 짧은 시간

물 위로 나올 수 있었지만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입은 물 밖에

머물 수 없었다.

다시 몸은 물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그렇다.

누군가 나를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풀장 벽을 잡으려니 얼마나 미끄러운 지

도저히 잡을 수 없었다.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소리는 칠 수 없고

나의 육신은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하! 이렇게 죽어가는구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만

나의 생사(生死)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내일 아침에

"한 지체장애인이

풀장에서 익사(溺死)했다."라

기사가 한줄이라도 나오기는 할까?

글쎄 아무 기사도 없겠지.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고 스쳐지나갔는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었다.


이러던 중 파도처럼

수영장 물이 털썩 움직이면서

나를 풀장 벽으로 이동시켰다.

나는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풀장벽을 잡고 풀장 바깥으로

기어나왔다.


방금 20세 중반의 지체장애인이

생과 사를 오고갔음에도 불구하고

풀장에서 뛰어노는 군상들은

어떤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자기들의 놀음에 깊이 빠져있었다.

아니 세상은 고요했다.


"그렇구나. 나 하나의 목숨이

이렇게 가치가 없구나."


나는 물끄러미 풀장의 군상들을 바라보며

방금 겪었던 순간의 위기도

이미 과거로 변색해버렸음에

조용히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내일 아침 조간신문에서

나에 대한 기사는 한글자도

발견할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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