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후회되는 것은
졸업식을 마치고 나오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얼굴이
눈 앞에 나타났다.
지금은 히늘에 계신 고(故)박영철 목사님
내가 다닌 교회에 오신지 2년째
이분이 만난 첫번째 신학교 졸업생이
바로 나였다.
"성적우수상"을 수상한 학생이
당신이 목회하는 교회의 청년이라는
사실에 얼마나 흐뭇했을까?
그런데 나는 기뻐하기보다
당황해할 수 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말씀도 드리지않았는데."
훤칠한 키에 엷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시는
그윽하고 깊은 눈빛.
"아버님과 다른 분은?"
나는 겸연쩍게 대답했다.
"아무도 오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어쩌죠 이렇게 오셨는데
식사대접이라도 해 드려야 하는데."
곁에 서 계신 김영순 전도사님도
조금 당황하셨던 것 같았다.
목사님 모시고 오셔서
다같이 점심식사를 하고
그 다음일정을 소화하려했던 것 같았는데.
"축하해요. 귀한 상을 받은 것도."
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주변에 어떤 식당이 있는 줄도
또한 내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고
쭈삣쭈삣 하는 자세는 이미 들켜버렸다.
"자 그럼 우리 다음 일정이 있으니
교회에서 보자."
목사님의 말씀이 떨어지자 마자
"네 저녁에 크리스마스 칸타타 연습이 있어서
교회에서 뵙겠습니다."
아침부터 수상대상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곧이어 축하하러 오신 분을
기쁨으로 대접하지 못했던
나중심 사고에 매몰되었던 행동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내가 예기치 못한
경우의 수가 참 많구나."
이날이후로 나는 작은 교훈을 얻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일어나는 일
예기치 못한 일들이 수없이 나타나는 것이
인생자체요, 역사인데
외견상으로는 역사와 인생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복된 순간이
단 한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를 축하하러 기꺼이 오신 분들에게
식사 한끼도 제대로 대접하지 못했다는
나의 부족함은 늘 후회가 된다.
동기가 무엇이 되었든
경솔(輕率,careless, indiscreet)함이었다.
체코의 소설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명저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저술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Nesnesitelna lehkost byti)"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인생은 단한번이라는 의미에서
모든 선택과 행동이 무의미하다는 관점에서
"가벼움"과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중요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에서
"무거움"을 대비시켰던 묘사에서
나의 삶에 있어서 진정성과 의미를
다시한번 사색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