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을 하는 미국인승려 여러명을 만나다
영어회화를 배운 지
약1년쯤 지났을 때이다.
5~6개월쯤 지났을 때
영문학에 입학한 여조카를 영어회화 반에
끌어들였다.
"삼촌 나도 같이 배우고 싶어."
조카의 간청에 나는 기꺼이 응했다.
사실 조카의 진도(進度)가 나보다
더 앞서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카는
영어와 늘 함께 하고
나는 책으로 보다가 일주일에 한번이니까
조카의 영어회화실력이 나보다 나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1년쯤 지났을 때
(조카는 6~7개월 지났을 때)
우리 둘은 종각에 있는 종로서적을
찾아가고 있었다.
종로서적을 들러서 바깥으로 나와
우측을 바라보니
머리를 빡빡 깎은 외국인 승려들
네다섯명이 한자리에 모여서
심각하게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조카야 우리 저친구들과 대화를 해보자
배웠으면 실전감각을 키워야하니까?"
"삼촌 그러지마 공연히 민폐야
그냥 가자."
"아니야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있냐?"
나는 목발을 짚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의식하지 않은 채
그들은 매우 진지했다.
무엇을 하는가
궁금해서 그들 사이로 쳐다보니
서울지도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Excuse me.
What is your matter?
May I help you?"
나는 정중하게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댔다.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외국인공포증을 없애는 것"이야.
내가 몇마디 질문을 던지자
그들은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 중 한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Now we were discussing
where the subway station
is to get to Seoul Station
while looking at a map. "
나는 웃으면서대답했다.,
"Jonggak Subway Station
is right behind me,
Can you see it there?
Very close to you.
I think you are wearing monk's clothes,
what do you do?"
" We are learning Zen meditation."
"Zen?ah. Zen!!!I understand"
이 짧은 대화가 채 이어지기도 전에
외국인 승려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약속을 미리 한 것 처럼
모두 머리를 숙이고서는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Thank you so much. Thanks a lot. "
아주 짧은 만남이었다.
그들은 매우 유쾌한 표정으로
내곁을 떠나갔다.
와우 배운 영어가 도움이 되는구나.
이때 곁에 서 있던 조카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그렇게도 기분이 좋아?
삼촌 영어가 통할 때도 있네
자 빨리 집으로 가자."
"아냐.
나는 단지 외국인 공포증을
없애려고 했을 뿐이야!"
겉으로 이와같이 말했지만
한국에 온 외국인에게 아주 작은 도움을
제공하는데 내가 쓰임받았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