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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같은 일을

퇵근 길에서

기적같은 일을 경험하다.
어제는 비소식이 있었다.
메말랐던 강원도에도
비가 온다는 소식은 희소식이다

문제는 휠체어 이용자에게
출퇴근 길의 비소식은
그다지 반갑지않다.
배터리로 가동되는 전동휠체어는
빗물에 취약하고. 우산을 쓰고
전동휠체어로 이동한다고 해서
빗줄기로부터 자유할 수는 없다..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오후 4시.
장애인 콜을 5시~5시30분 사이에
이용하려면 3시에 예약해아 하는데
이미 한시간을 훌쩍 넘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대기인원이 58명.
그래도 예약신청했다.
"연결이 안되면 하는 수 없지.
비가 조금 늦게 내리길 기도하는 수밖에"

어느덧 한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32명 대기"

5시 15분이 되었을 때
18명 대기.

'속도가 빠르네?'
사실 5시~6시는 장콜기사들의 교대시간이라

연결이 특히 늦어지는 때이다.

이 때 대기가 1~2명 남아도

기본적으로 30분이상 기다리는 것은

경험을 통해 확증된 바이다.

나는 장콜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퇴근준비를 했다.
"아직 빗방울이 작으니까

비를 천천히 내려달라고 기도하면서
빠른 속도로 집으로 달려가보자."

문을 나서기 10초 전.
나는 장콜예약을 취소하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다.
이때 이상한 문구가 눈앞에서
어슬렁거린다.
"고객님에게 배치된 차량이 곧 도착할 예정이오니 아래 링크를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도대체 이게 뭔고?"
통상적으로 장콜 배치 문구가 우선이고.

다음에 기사님이 전화를 해서

'이곳은 ●●이기에 도착하기까지

○○분 걸립니다.'라는 메세지가 전달된다.

그리고 도착하기 5분전

바로 위의 문자가 도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전화도 없이 "곧 도착할.." 문구를 보다니?
링크를 열어보니 "1분"이라는 숫자가 다급하게 나를 찾는다.

나는 문을 나서서 차들이

오고가는 도로를 바라보았다.

다소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고

인도 위를 지나는 행인(行人}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예약된 장콜이

내 눈앞에서 미끄러지듯 정차(停車)했다.
여성기사님이 고개를 차창밖으로 내밀면서 "□□□님이시지요?"라고 묻는다.
나는 냉큼 "예!"라고 대답하면서

도로를 가로질러 장콜에게 다가갔다.
"이이고. 이런 일도 있네요?
전화도 없이 탑승도 해보고."
기사님은 환하게 웃으며

차에서 내려와 나에게 다가온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연결되었는데

전화도 드리기 전에 나오셨네요."


어쨌든 이런 일도 있다니.
비를 맞아가며 빗속을 가르며 생쥐가 되어

집으로 가야하나?

걱정을 아주 잠간동안 했었는데

이렇게 장콜을 타고 편안하게 집으로 갈 수 있다니.

기적같은 일이었다.


"아주 짧은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주셨나보다."



기사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집 앞에 다다랐다.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고
내곁을 떠나는 장콜의 뒷모습을 바라볼 즈음 빗줄기는 조금씩 굵어져 주차장을 적시기 시작했다.

기적같은 퇴근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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