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낙엽과 생명 그리고 가을

인생이란?

인생이란 역설(paradox)인가?


문득 풍성한 나뭇잎 사이로

노란색으로 물든 잎사귀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둥지인 나무를 떠나

흙도 아닌 다른 둥지에 늘어진

초록으로 짙게 물든 잎사귀를

베개로 삼고 편히 누워있었다.


Photo by R.G.Y

언제부터 이 자리에 있었을까?

쭈글쭈글 주름살로 가득채워진

몸을 푸릇푸릇한 잎들 사이에서

안락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을까?


그녀는 팽팽한 피부를 지니고

새로운 세상을 만끽하는 새싹들에게

"나는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

이제 너희들 세상이야.

그러나 나를 꼭 기억해!!!"라고

말없이 외치고 있는 것 같아.


Photo by R.G.Y

그녀 곁에 또다른 낙엽이

포근한 미소를 띠며 자리잡고 있었다.

"누님. 아직 그곳에 계시는군요.

누님께서 둥지를 떠날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어요.

나도 누님을 보면서 준비를 했지요.

이런 내 모습 어때요?"


노랑색이 예쁘게 물들은 그는

아직 수분을 머금고 있는 듯

주름살은 보이지 않았다.


Photo by R.G.Y

팔을 쭉 벋어 손이 닿을만한 곳에

하늘로 아니 흙과 하나될 시각이 가까이

다가온 듯한 잎사귀 하나가

마지막 거친 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의 피부에서는 생기(生氣)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잠시후 다시 만나.

대지(大地) 깊은 곳에서

기---다---릴---께.

ㅎ------ㅎ------"

발음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마지막과 새로운 시작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들의 대화를 옅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축복이었다.

"내 인생도 이들과 같겠지?

그래 끝이라고 해서 끝은 아니야

끝이 새로운 시작일꺼야."


마치 각종 풍랑을 겪으면서 지내온

의미없어 보이는 생을 떠나는 것이

마냥 아쉬운 듯 나는 속으로 뇌까렸다.


Photo by R.G.Y

떠나는 이들 곁에

새생명이 강한 의지를 갖고

하늘을 향해 솟아나고 있었다,

누가 심어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 자리에

자리를 잡았을까?

차디찬 콘크리트 사이에 뿌리를 내려

줄기가 솟아 여러 잎사귀를 펼치고 있었다.


Photo by R.G.Y

돌틈 사이로 또다른 생명이 위를 향해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 봄이에요? 가을이에요?"


갓태어난 애기 목소리로 묻는다.

"참 신기한 세상이에요!

왜 차가운 기운이 코끝을 스치고 있나요?

따스할 줄 알았는데..."


나는 이들에게서 강함이 무엇인지

쬐끔 느낄 수 있었다.


누구는 굳건한 둥지를 떠나고

다른이는 차디찬 돌 틈 사이로 찾아오고

어떤 이는 푸른 나뭇잎 사이에 눕고.


이게 인생인가?


인생이란?

칠십이 되어도

모르겠다.

무엇일까?

저들 중 하나가 바로 나자신일텐데

아니 저들이 곧 나의 모습일텐데.


인생이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