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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탄(催淚彈) 가스를 피해서

그토록 많은 눈물을 ...

노태우 정권 초기.

전두환은 군사정권을

친구 노태우에게 넘겨주는 일에

성공했다.

삼김(三金:金泳三, 金大中, 金鐘泌)은

단일화에 실패했다.

사실 전두환은 이것을 노리고

김대중을 사면복권(赦面復權)을 단행했다.

전두환은 확신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절대로 단일화를 하지 못한다."

거꾸로 김영삼과 노태우의 대결은

노태우의 필패(必敗)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단견(短見)은 적중했다.

그러나

전두환은

자신의 말년(末年)의 비극과

사후(死後)에 묻힐 곳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은

시민계층까지 확산되어서

대학교정은 시위와 최루탄으로 부터

조용할 날을 찾을 수 없었다.


공부하러 험난한 과정을 거쳐 들어온

대학에서는 수시로

수업거부와 시험거부 등을 반복했다.

특히 철학과 여학생 다섯명 중

네명은 이십대 초반의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화려한 옷을 포기했다.

이들은 행주대첩에서

앞치마로 돌을 날랐던 아낙네와

비슷하게 시위를 막는 사명을 가진

동년배의 전투경찰을 향해서

돌을 던지는 남학생들을 돕기 위해

돌을 줏어서 날라주기에 합당한

펑퍼짐한 청바지로 통일했다.


여느날과 같이 학교정문을 중심으로

학생들은 뛰어달려들어 돌을 던지고

전투경찰들은 방패를 들고 최루탄을 쏘는

공방전이 반복되고 있었다.


"학생들이 시위를 하는 것과

우리는 수업에 충실하므로

역사적 대의를 감당하는 것,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수업을 선택하겠다."

K교수님의 신념에 동의하는 학생들은

최루탄 가루가 수업을 진행하는

교실 안으로 스며 들어오는 과정에

쉴새없이 눈물과 콧물이 흐르는 것을 참으며

세시간짜리 수업을 끝까지 진행했다.


수업을 마쳤을 때에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었다.

"정문으로 나갈 수 없으니

우리는 후문으로 나가자!!!!"


Jungfrau Mt. Photo by P.N.K

2~30명되는 학생들은 후문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무엇이 그리 슬펐던지 한결같이

남녀를 불문하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드디어 큰길로 나왔다.

버스들은 삼거리에서 앞으로 가지 못하고

유턴(U-Turn)을 해서

한장소에 모여있었다

그리하여 정차한 버스로 가득한

양방(兩方) 8차선도로는

버스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이곳은 학교교정보다 위치가

저지대(低地垈)에 해당되었다.

그러다보니 학교정문에서 쏘아댄

최루탄가루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따라

낮은 지역인 우리가 서있는 곳으로

남하(南下)하여 두텁게 쌓이고 있었다.


최루탄 가루는 공기보다 무거워서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가 쌓이는 경향이 있음을

그제서야 우리는 깨달았다.


우리는 최루탄으로

하얗고 두껍게 도색한 도로 위에서

손수건으로 얼굴의 2/3을 감싸고

핸들을 부여잡고 있는 기사를 보면서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뜰 수 없었다.

버스 안에도 최루가스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가끔 흐릿한 시야를 뚫고

운전하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운전을 하고 있는가?

승객을 안전하게 모셔야한다는 사명으로

기사는 눈물을 닦으면서

운행을 지속했다.

"아하 저 모습도 민주화 운동 못지않구나."


반드시 돌을 들고 던지면서

구호를 외쳐야만 민주화 운동이 아니다.

같은 시간대에

수업을 충실하게 감당하는 일

눈물을 닦으며

최선을 다해 운전하는 일

밤새도록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며

밤을 새워가면서

유통업에 종사하는 일

그외 갑남을녀(甲男乙女)가

일상생활에서 최선을 다하는 만큼

중요한 민주화 운동이

또 어디에 있을까?


돌을 던지고 구호를 외치는 자들만이

민주화 운동의 주역으로 인정되거나

그 열매를 독차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최루탄 가루가 난무하는

시대를 정면으로 대응하며 살아왔다.

마치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면서.


내 수첩이나 시험지에도

최루탄 가루가 묻어있고.

빛바랜 눈물자욱이 흔적을 남기고 있다.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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