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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의 결혼식장에서 본 뒷모습(1)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봄이었겠지.

가을은 아니었어.

청첩장이 주어졌어.

후배들이 서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겠다고 나에게 건너주었지.

예쁘게 포장된 청첩장.


젊은이들이 한창 결혼을 할 때이니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하하고

맛없는 뷔페음식을 맛보는 일은

이미 영혼없는 정례(定禮)가 되었다.


솔로(Solo)이자 결혼에 무관심한 나는

의무방어전을 치루는 감정으로

결혼식에 참석했다.


스피디하게 끝난 결혼식.

몇몇 동료들과 식사를 함께 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마침 폐백을 끝낸 신랑신부가 찾아왔다.

"이렇게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들은 나의 손을 잡고 반갑게 인사했다.

"그래. 부럽다.

자네들은 행복하게 잘 살 꺼야."

의례적인 멘트를 날렸다.


이때 한 여자가 곁을 지나간다.

후배는 그녀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누구?"

"형님. 모르세요?

잘 아시는 줄 알았는데."

"전혀 모르는데.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었는데."

"정말요?"

"어... 뜻 밖인데요?"

"그럼 소개해줄 수 있어?"

"네 물론이지요."


그리고 그들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Pictured by Chatgpt

그후로 약5개월이 흘렀다.

나는 그날의 대화를 잊었다.


그렇지.

결혼식에 만난 선남선녀들 사이에

"어때? 좋지? 소개해 줄래?"식의

이야기는 흔히 오고가는 것 아닐까?


잊고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사실 그 대화내용에 매달리며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일도 많으니까.

게다가 남은 공부도 해야 하니까.


그러던 어느날.

"저 선배님? 잘 지내지요?"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부의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 들려왔다.

"잘 다녀왔지? 꽤 시간이 지났네.

잘 지내고 있지?"

"네. 지난번 선배님이 소개부탁한

그 언니와 약속을 잡았는데요."

"뭐? 아니 누구? 누구?"

나는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때 제 결혼식장에서 만난 그 언니.

기억나지 않으세요?"

재차 언급한 덕택에 기억 속에서

그녀를 꺼내올 수 있었다.

"아... 그 분? 뭐 약속을 잡았다고?"

"네 #월ㅇ%일 ♧♧시에

동대문 &&다방으로 가세요."

"나는 그분 얼굴을 모르는데."

"그런데 소개해 달라고 하셨어요?

하여튼 그날 만나보세요.

선배님 목발 짚었다고 설명은 했으니까."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녀를 모른다.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잠간. 아주 짧은 시간동안

뒷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약속이 잡혔다고?

어쩌나?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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