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리고 나는
새해가 시작되던 날
1월 1일 아침.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두려웠다.
오늘 12월 31일이 빨리 달려올까봐.
시작이란 단어보다
속도가 두려웠던 것은.
다만 나만 그랬을까?
지난 364일을 지나면서
그 두려움은 현실로 다가왔어.
아니 초현실로 가까워졌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 아닌가?"
일주일에 한 번 교회를 갈 때마다
"우리 너무 자주 만나는 것 같애."
푸념식으로 내뱉던 표현들 속에
52주는 마치 한달 처럼 흘러갔어.
나이가 70이 되면 시간도
시속 70km로 달려간다디만 실제인가봐,
이를 시험해보려고 길을 가던
10대에게 물었지.
"너에게는 시간이
아떤 속도로 달려간다고 생각하니?"
그 아이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대답했다.
"겁나게 빨리 뛰어가요!"
이 대답에 사뭇 놀랐다.
잠시 생각하니 나도 조금 수긍이 간다.
오늘을 살고 있는 어린아이들은
과거 우리가 자라던 시절과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감지하고 있을거야.
4,5살만 되면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지.
그것도. 월요일에서 토요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을 받기 위해
하루에도 몇개씩 학원을 옮겨다니며 살지.
"영이야 할비네 집으로 놀러와!"
"할비... 저 바빠요 생각해 볼께요.'
나와 어린 꼬마와의 대화가 늘 이랬다.
이젠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은
특정 세대에 속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리고 오늘.
12월 31일.
예상대로 속히 달려왔다.
오늘 만났다 헤어지는 사람들에게
"우리 내일 만나자."라는 식의 인사는 없다.
"우리 내년에. 만나자."
이렇게 주고받아야 옳다.
섬뜻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오늘은 21세기
사반(1/4)세기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부터 두번째 사반세기의 첫날이 된다.
마치 1999년 12월 31일.
2000년 1월 1일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도무지 오지 않을 것 같은 그 날
내 인생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바로 그 날이 내일이라니.
이제 18시간 남았다.
새로 다가올 2026년도
올해와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다.
역시 빠르게 흘러갈 것이다.
그래도 무엇인가 새로운 것으로
채워야겠지?
거친 바람에 휙 날라가 버릴
메마른 낙엽보다는
흠뻑 젖어서 땅바닥에 딱 붙어있는
젖은 낙엽으로.
이 새벽에
동이 채 뜨지않은 시각에
아직 동쪽에서 붉고 노란 태양이
얼굴을 쑤-욱 내밀기도 전에
이 글을 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새 날에는 알찬 것으로
가득 채우게 하소서."
오늘 하루종일
이 기도에 매달리고자 한다.
밤11시 송구영신(送舊迎新) 예배를 드릴 때까지
이 바램을 하나님께 아뢰고
내 안에 굳게 다짐하리라.
2025년은 스스로 내 곁을 떠날 때니까
나또한 미련없이 보내리라.
슬펐던 일, 조바심을 냈던 일, 기뻤던 일,
아팠던 순간, 즐거웠던 순간,
기다렸고 만났던. 일들
그밖에 모든 것들로부터
나도 벗어나야지.
새로운 친구를 맞이하기 위해서.
찬 찬 히
아주 침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