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유는 아니고
필규의 칭찬을 들은 아내의 표정은 환해졌다 .
아내의 볼이 불그스레하게 변하고 있었다.
"난 당신을 너무 사랑해요.'
아내는 필규를 보면서 고백한다.
"나는 이미 알고있어요 당신의 눈빛은 늘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필규는 아내를 품에 안았다.
그 어느때보다 아니 다낭에서 뜨거웠던 밤보다 오늘이 더 뜨겁게 아내가 달궈지고 있었다.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있을까?
필규 부부는 하나가 되었다.
춘향과 몽룡이 온 방안을 뒤집어 놓은 장면이 비교할 것도 안된다. 두사람의 사랑은 이십대 초반 남녀의 격렬함을 능가했다.
이렇게 또 며칠이 흘렀다.
주말
필규는 아내를 옆자리에 모시고 남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당신 충무, 거제, 통영 쪽에 기보았나요?"
이박삼일간 남해를 돌고돌아 한려수도까지 다녀올 십상이다.
"당신과는 처음이지요. 고등학생때 부모님과 다녀온 적은 있지요 사실 그때 부모님따라 다녀와서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나도 사진첩에 어딘가 다녀온 흔적은 많아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나를 많이 데리고 다녔는데, 기억에 남은 곳이 없어서리. 그저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더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 같아요."
"우리 둘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부모님은 우리에게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결국 부모님이나 나에게 도움이 안된 것 같아요."
두사람은 자연스럽게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양육방식과 가성비없이 자네에게 몰입했던 양태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사실 부모님들은 것이 자네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자녀양육을 하게되는 우리세대에겐 사랑으로 기억되지 않는 슬픈 과거가 되었네요."
아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필규의 음성도 바리톤 어조로 바뀌었다.
"그런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부모님의 양육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이 말에 아내는 고개를 높이 들고 눈을 똥그랗게 떠서필규를 바라보았다 .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자녀를 낳고 양육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같이 이런 대화도 없이 그러니까 반성(reflecting)도 없이 습관적으로 부모노릇하는 것인지.. 참 신기했어요."
필규는 아내와 이런 대화를 나누게된 것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충무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예악한 호텔을 방문해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정리했다. "우리 회를 먹으러 갈까요?"
이미 아내는 필규의 팔에 안겨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려가고 있다. 충무 바닷바람은 포근했다. 바다내음에 두사람은 안겨 해안도로를 따라 걷고 있다. 이미 바닷가 회센터에서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느라고 분주했다.
"저 식당으로 갑시다."
바다가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모듬이 좋겠지요?" 아내는 이미 회를 먹기 위해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필기와 아내는 충무에서 통영 그리고 배를 타고 한려수도를 돌아다녔다. 마치 신혼여행을 온 것처럼 날아다녔다. 이 여행을 하면서도 줄곧 대화의 주제는 자녀에 대한 가치관이었다. 여행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나는 필규에게 한 마디 던졌다.
"여보 그렇다면 우리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입양은 어떻게 해야 되겠죠?"
필규는 오른손으로 오른쪽 머리를 툭쳤다.
" 우리가 그동안 너무 자녀의 가치관에 대해서 대회에 몰입하느라고 정작 우리의 당면한 문제는 뒤로 제쳐둔 것 같아요. 사실 중요한 것은 우리 과업 때문에 이야기가 시작된 건데 그렇죠?"
"이제 우리도 이제 정리할 때야 되지 않았어요? 어쨌든 그동안 많은 얘기를 했고 그 얘기가 하나의 주제로 수렴이 되는 것 같아요. 자 그렇다면 만약에 우리가 입양을 한다면 우리는 자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될 건지 또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이 자녀를 양육하게 될 것인지를 한번 정리해 보죠."
아내의 말에 필규는 이미 정리되었다는 듯이 대답한다.
"그래요. 내가 나름대로 정리한 것은 이것이에요. 먼저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공통적으로 배운 것은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지만, 소유하려고 하는 것 같애요. 하지만, 결국 자녀는 부모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자녀는 부모의 곁을 떠나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려고 하지요. 사실 그것이 창조주가 우리를 만든 법칙과 일치된다고 생각해요. "신이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신 뒤, 부모를 떠나"라고 하셨지요. 사실 부모의 사랑이 있었기에 자녀도 부모로 부터 독립할 수 있겠지요. 후에 부모가 연로해지면, 자녀는 도리어 부모를 보호하는 위치에 서 있게 되겠지요. 결국 자녀를 독립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지만, 소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필규의 말을 들은 아내도 이어서 대답한다.
"저는우리 부부의 입장에서 정리를 해 보았어요. 성인이 된, 우리 결국 부모의 바램과 달리...흐흐흐 부모님은 우리가 이른 나이에 부모님이 원하는 결혼을 원했을텐데.. 적어도 우리 두 사람은 부모님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아요. 하하하. 우리 두 사람만 보아도 당신이 정리한 그 내용과 일치하는 것 같아요. 어때요? 제 생각이.?"
필규는
"당신이 전문가라고 내가 말했잖아요."라고 박장대소 하면서 큰 소리로 말한다.
두 사람은 서로 의견이 놀라알 정도로 하나로 수렵되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서로를 품에 안으며 깊은 사랑에 빠진다.
아내는 말한다.
"그럼... 입양에 대해서는 ?"
필규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몸에서 태어나도 우리 소유가 아닌데... 우리가 입양한 자녀 역시 우리 소유가 아니잖아요. 다만 어떤 친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부모가 되고 그들이 우리 자녀가 된다면, 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는 일이 우리 일이 아닐까요? "라고 답한다.
이 말을 듣자마자 아내가 말한다.
"한 가지 또 떠오르는 것이 있어요. 알고보니 우리 둘도 서로의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서로 사랑하지만, 당신이 내 것 혹은 내가 당신의 것이 아니라고 봐요. 더 중요한 사실은 나도 내 소유가 아닌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내 인생,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함부로 할 수 없는 이 세상에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보배 같아요. 언제가 목사님이 말씀 하신 것이 생각나요. 우리는 하나님의 것이라고. 하나님의 형상이 우리 안에 있기에... 그래서 우리 몸은 신성하고 거룩한 것이라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당신도 당신의 것이 아니요 나도 내 것이 아닌데.. 우리가 누굴 소유할 수 있겠어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일이겠지요. "
필규는 자신의 품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또박또박 정확하게 표현하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그저 흐뭇해 할 뿐이다. "여보 사랑합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남은 시간이 참 짧은 것 같아요. 그 시간만이라도 쉬지 않고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당신을 만나서 오늘 사랑하게 된 것,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아내도 남편의 고백을 들으면서 눈가에 눈물이 돈다.
"저도 당신을 만난 것이 너무 큰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다음 주 월요일 입양기관에 가서 우리가 사랑해주어야 할 친구를 만나러 가요"
불을 끄고 필규와 아내는 하나된 몸으로 캄캄하지만 그 어느 날 보다 더 밝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휘영청 밝은 달 및 보다 더 밝은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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