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이를 잘 몰라요 (4)

기대되는 아이의 능력

우리 둘은 애랑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어주겠다고 했어요.

"여보 우리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우리 몫을 살아줄 친구는 애랑이 밖에 없다고 생각해."

아내는 대답했지요.

"그래요 우리의 작은 분신이기도 하지요."


가끔 동네를 지나가다가 애랑이와 비슷한 또래를 만나면 물어보곤하지요.

"지금 어디를 다녀오기에 그렇게 신나게 뛰어가니?"

그러면 아이들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가득싣고서 이렇게 말해요.

"월요일에는 발레학원 다니고요, 화요일에는 피아노 학원, 수요일에는 미술학원 목요일에는 태권도 학원, 금요일에는 수영을 배워요. 그리고 토요일에는...아이...바뻐요. "


저는 아이들이 말할 때마다 숨이 턱 턱 막히는 줄 알았어요.

'요즘 아이들이 매우 바쁘구나.'

이런 생각에 잠길 즈음, 옆에 서 있던 아이가 한마디 더 거들어요.

"아저씨 저는 하루레 두개씩 다녀요. 영어학원, 논술학원까지요...하하하"

이렇게 말한 아이들인 바람처럼 시야에서 멀어졌어요.


'나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는구나.'

이 때 갑자기 애랑이가 떠올랐어요.

와우. 우리 애랑이는 어떻게 하지?

가슴이 덜컹 내려낮았습니다.


나는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여보 여보 우리 큰일 났어요."


상기된 얼굴을 하고 아내에게달려갔습니다.

아내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하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우리가 애랑이를 너무 방치했나봐...애랑이를 너무 우리 품에서만 감싸고 있었나봐.."

아내는 나에게 차분히 하라는 눈짓을 하면서 천천히 소파로 다가가살포시 앉았습니다.

"무슨 일인데...이렇게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달려오시나요?"


나는 차분한 어조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에게 물어봤더니 아이들이 겁나게 바쁘더라구.. 월화수목금토일이 아니야.

월월화화수수목목금금토일이야..."

아내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아내는 그제서야 알았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지나친 것이지요. 그렇게 아이들을 바쁘게 할 필요가 없어요.

아니 다른 엄마들이 너무 광적인거에요.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놀 때 놀아야 건강하게 자라지요. 보세요 애랑이 얼마나 밝고 행복하게 자라고 있잖아요!"


아내는 단호했습니다.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러면 안되는데.. 저렇게 방임하면 안되는데...우리 애랑이...


운전하면서 길을 오고갈때마다 나의 눈에는 작은 가방을 둘러멘 어린아이들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아이들은 전혀 힘들어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에 들어올 때 마다 천진난만하게 지내는 애랑이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애랑이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애랑이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애랑이는 어떤 직업을 가졌으면 좋을까?

애랑이는 어떻게 자라야 할까?


내 머리 속에는 온통 애랑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애랑이.. 애랑이.. 애랑이.."

누가보면 애랑이와 연얘하거나 집착하는 것으로 보였을거에요.


그렇게 하루 하루 흘러갔습니다.

가끔 아내와 더불어 애랑이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지요.

말다툼도 했지요.


"당신은 세상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다른 집에서는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더 열정적인데.."


우리 애랑이 하고 싶은 것이 많을텐데..

애랑이는 여전히 조용히 말수가 적은 아이로 자라고 있었어요.

아이 라고는 말이 너무 없는...


애랑이에게 거는 나의 기대를 점차 커져갔습니다.

애랑이는 무엇이든 잘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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