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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꺾지 마라

꽃은 나무에 붙어 있어야

"꽃을 꺾지 마라."


왜 꽃이 핀 가지를 나무에서 꺾어내야할까?

누구를 위한 것일까?


꽃다발을 주고 받는다.

생일이라고.

합격했다고.

이러저러한 기념일을 만들어서.


그렇게 선물로 받은 꽃은 점점 시들어간다.

결국 시들어가는 꽃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웃음꽃을 얼굴에 가득 채운다.

이미 꽃은 죽음을 시작했는데.


꽃이 있어야 할 자리는

나와 우리의 손이 아니라

나무이다.

그곳에 꽃이 있어야 벌과 나비가 찾아온다.

그 자리에서 꽃은 생장하고 번식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잔인함과 관상욕으로 인해

꽃은 생장번식을 멈춘다.

벌과 나비도 가야할 곳을 잃어버린다.

유채꽃 밭에서 꽃이 화사한 모습을 본다.

그러나 유채꽃이 꺾여서

내 사무실 화병에 자리를 잡는 순간

그는 생명을 잃었다.


꽃을 꺾어서 말린다.

차를 만든다.

꽃은 아프다.

아픈 꽃은 신음소리조차 내뱉지 못한다.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한다.


우리가 웃고 떠들  때

꽃은 시들어간다.

며칠 뒤 쓰레기통에서

그의 주검을 발견한다.

아무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차리리 나무에서 벌과 나비에게

꿀을 내어주고

해야할 소임을 다한 뒤

점차 마른 몸으로  나무곁을 떠나면

아름다운 헤어짐을 만날 수 있을텐데.


꽃을 꺾지 마라.

그저 바라볼 수 있음으로

그가 이 땅에 온 까닭을

다 이룰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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