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적산가옥(敵産家屋)에서(1)

이제사 알게된 그 이름

어렸을 때

살던  집과 동네는

적산가옥이었다.


아무생각없이 뛰어놀면서

수많은 흔적들을 남겼던

목제로 이루어진 2층 건물.


한 가구에 방 한칸.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 붐 시기

가구당 평균 여섯에서 일곱식구가

남녀칠세 전자석(電磁石)과 같이

철썩같이 붙어 하나로 지내던 시기.


서른여섯세대 약240에서 250명이

하나의 마을(village)을 이루어

응집력 높여 삶을 꾸려나갔던  그 때.


화장실은 전통적인 푸세식으로

대변기는 남여공용 2개

소변기는 남자용 2개.

화장실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은

삐끄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명도 없이  어두컴컴하게 이어지고.


아침이 되면

신문지나 골판지 두서너장

구기고 구겨서 손에 쥐고

좁은 통로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그 시절.


한 편 구석에

목욕물로 사용하던 우물 하나

미음자(ㅁ) 이루어진 나무로 된 2층집.

그 가운데 수도꼭지 단 하나.

한여름

뜨거운 열풍이 온 몸을 땀으로 적시던 밤

가운데 허연 천으로 가리고

벌건 전등 하나 켜서 희미한 불로 밝히고

아낙네들 미역감으며

시끌벅적  나신(裸身)의 축제 한마당이 열리고

낮에는 길고긴 호수로

방 한켠에 마련한 허리굵은 항아리에

목을 축일 물  채우려고 아웅다웅하던 모습.


서울 한 복판에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동심을 키우던 그 때 그 시절.


이제사 알고보니

적산가옥(敵産家屋)이란 단어가

적군인 일제가 만들어놓은 건물이란 말에

헛웃음을 길고 길게 내뱉는다.


그 때 좋았었는데.

그 추억은 어찌해야 하나.

작가의 이전글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