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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敵産家屋)에서 2

펌프와 우물과의 이별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울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었다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마치 시골처럼 살았던 그 흥취에는

펌프와 우물이 있었다.


펌프와 우물.


1990년대 이후

이 단어와 그 실체를

아는 사람,

얼마나 있을까?


마중물이란 단어도

펌프에서 나왔다.


수도를 찾아보기 힘들던 시절

동네마다  

땅을 파서 물을 끌어올려

펌프를 통해

식수 등으로 사용했다.


수도가 보급되면서

펌프는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https://m.blog.naver.com/cbnets/70189076096

두레박이란  단어는

우물에서 나왔다.


적산가옥 한 구석에

우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린 아해들이

두레박으로 건져올린

우물물을 한바가지  

머리정수리부터 쏟아 부으면

온몸이 얼음처럼 얼어버렸다.


어른들은 딱딱하게 굳은

양잿물을 가지고

우물가에 둘러앉아 빨래를 하면

순식간에 대화방으로 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삐풀린 개 한마리

겅중겅중 뛰다가

그만 우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후 우물은

둥그런 뚜껑으로 덮혀지고

다시는 사용할 수 없었다.

https://m.blog.naver.com/cbnets/70189076096

이제 모든 집 안에

수도가 설치되고

차가운 물과 따스한 물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편리해졌지만

우물가와 펌프  주변에 모였던

마을 공동체는 사라지고 말았다.


펌프질을 하고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올리던

그 불편함이

우리에겐 정(情)을 주었지만

이젠 사라지고

정도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펌프와 우물과의 이별.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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