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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Dec 19. 2022

술도 안 마시는 남편 코가 빨개졌다

남편이 왜 그럴까


아악!!!

화장실에서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린다.


응??

뭐지!!!


요새 좀 느긋하고 평정의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나는 의자에 붙은 엉덩이는 절대 떼지 않으면서 귀만 쫑긋하고 뇌만 풀가동을 해본다.



https://brunch.co.kr/@287de5988170492/145



이 사건은...

일전에 내가 현관문 단속을 제대로 못해서 혹여 우리 집에 들어온 그놈이 여태껏 화장실에 숨어 지내다 혹시나 이제서야 남편하고 맞닥뜨리게 된 걸까??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우리 집은 코딱지만큼 작기 때문에 그에 걸맞게 화장실도 코딱지 중 애기 코딱지만큼 작아서 절대 그놈이 숨어 살 수 없게 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럼 씻으러 들어간 남편이 화장실에서 비명을 지를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나마 큰 거실을 놔두고 아이들 둘은 엄마 옆이 좋은지 굳이 작은 방에 셋이 옹기종기 모여

나는 평소처럼 일을 하고

아이들은 둘이서 포켓몬 카드로 갈까 말까 게임(고스톱) 비슷한 걸 하고 있는데 조금 불안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아이들을 위해 내 한 몸 용수철처럼 튕겨져 나가 희생해야 하는 건가 하는 비장한 생각도 살짝 하는 중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화장실에서 누구와 혈투를 벌일 일이 0.0000001%이기 때문에 슬프고 무서운 상상은 애써 무지르며

남편이 우선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조용히 일을 하고 있었다.


1시간 같은 1분여의 시간이 흐른 후...


떨꺼덕


드디어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아도 알아서 작은 방 우리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남푠.


무슨 일인지 궁금한 우리는 세 마리의 미어캣이 되어 일제히 고개를 들어 목을 빼고 우리 집 가장님 얼굴을 얼른 쳐다보는데!!!


엉??????????????

코가 시뻘겋다.


헉!!!!!!!!!!!!!!!!!!!!

진짜 집안에 들어와 숨어 사는 도둑놈이랑 혈투라도 벌인 거야??????


"자기 왜 코가 그렇게 빨개???

응?????

왜 그래??????"



그러자

스스로도 웃긴지

씩 웃어 보이더니 무용담 아닌 무용담을 찬찬히 이야기한다.


"세수하다가."


?????????????????


"아니 세수를 뭘 어떻게 했길래 얼굴이 그렇게 빨개졌어?????

근데 얼굴 전체적으로 빨간 게 아니라

코만 빨간데???????

그것도 오른쪽 콧구멍만 집중적으로 빨개!!!!!!!!"


"응...

세수하다가

새끼손가락이 콧구멍 안으로 들어갔어..."


"응????????????????"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들었기 망정이지 서 있었다면 주저앉아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끼 손꾸락이 코 안으로 들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도 어처구니가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남편은 살짝 이국적으로 생겼다. 코만. 코가 큰 편이다. 그래서 콧구멍이 크다.ㅋㅋㅋㅋ

박력있는 차인표 양치처럼 열손가락이 박력있게 세수하다가 새끼손가락이 오른쪽 콧구멍 안으로 전투적으로 들어갈 줄이야.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 본다.

와.....

나만 엉뚱한 줄 알았는데

남편이 자꾸 엉뚱해져 간다.

부부는 살다 보면 닮는다던데

이런 식으로 닮아 갈 줄이야.



좀 있음 산타 할아버지가 썰매 타고 순회하셔야 하는데

자기가 루돌프 대신 좀 썰매 좀 끌든가~~

빨개진 코 써먹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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