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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May 25. 2023

질문할 때 왜 자꾸 눈치를 보는 걸까

음. 그건 말입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벌써 제목만으로 열일한 이 드라마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무리 경제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해도 그렇지 도대체 남녀 사이에 기간을 정한 저딴 계약 결혼은 왜 하는 거야? 하다가 어느새 TV앞에 앉아 주인공과 혼연일체 되어버린 나를 보았다. 다이내믹한 전개도 없고 잔잔한 강물 같은 스토리였으나 참으로 흡인력도 있고 가슴 찌르르한 감동이 있던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다.



망자가 된 연인 김선에게 망각의 차를 주는 저승이 이동욱




우리 생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든 이들에게 처음 생(生) 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한 사람에게 모두 4번의 생이 주어진다 했지만 이승의 삶 마지막에,

조각같이 핸썸하여 혹시 구미호인가 싶으면서도 얼굴이 뽀~~ 얀 것이 너 혹시 조상 중에 백인이 있는 게 분명하지? 하고 묻고 싶어지는, 하지만 가급적이면 늦게 최~~ 대한 늦게 만나고 싶은 저승사자 이동욱이 망각의 차를 주기 때문에 우린, 처음 생이든 두 번째 생이든 마지막 네 번째 생이든 모든 이가 결국엔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고 외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상상을 해 본다.



나 또한 이번 생은 처음이다 (망각의 차를 주전자째 들고 드링킹 했나 보다).

따라서 아는 게 별로 없다.

모르는 것 투성이라서 차라리 "이거 이거 알아요." 하고 아는 걸 대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부끄럽지만 거의 모든 분야의 앞에 서서 "저는 문외한이에요."라 소개하는 게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아는 게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차~~ 암 질문하는 걸 부끄러워한다.



남들은 다 아는 건데 나만 모르는 게 아닐까?

이 나이 먹도록 어찌 나는 이것도 모르고 살아온 것인가?

나는 혹시 바보인가?



등등 어느새 생겨난 제3의 눈은 내 몸에서 떨어져 나와 나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뜯어가며 신랄하게 비판을 하는 단계까지 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할 일이 생기면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자꾸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된다.

밥을 먹을 때도 괜히 눈치 한 번 보며 눈칫밥을 먹고, 나서서 일을 하겠다고 할 때도 괜히 오지라퍼로 보이는 건 아닐까 눈치를 보고, 심지어 호의를 베풀려고 마음먹다가도 이 사람이 정녕 내 호의를 반길 것인지 아님 정색을 할 것인지 눈치를 먼저 보게 되는 것이다.


인생 참 피곤하다.

그냥 마음먹은 대로 뇌를 거치지 않고 행동을 먼저 할 수만 있다면 타이레놀 사는 돈을 좀 아낄 수 있을 텐데.


글을 여기까지 읽고, 글쓴이는 대체 왜 이리 피곤하게 사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면 당신은 MBTI 중 I인 내향형이 아닌 E, 즉 외향형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 나는 대문자 I이기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쓴다.




타인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내 인생은 나의 것.

잘 되면 내 덕이고, 잘 안 되면 그것도 오롯이 나 때문인 것이다.


남의 시선에 그리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어떻게 밖을 나가." 라던가

"네일 안 했는데 이 손으로 어떻게 계산을 하지." 라던가

"남들이 친구도 없다고 할 거야, 혼자서 어떻게 밥을 먹어." 등


다른 사람이 날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매 순간 다른 사람의 눈이 되어 나에게 눈치를 주고 있겠지만 그건 그대만의 착각이다.


아무도

당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아! 무! 도!


홀딱 벗고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하면 또 모를까.



그러니 눈치 보지 말고, 주눅 들지 말고, 온갖 상상하지 말고,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이제 당당하고 자신 있고 맑고 깨끗하게 질문해 보자.




"이거는 뭔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https://youtu.be/uCNdRvanz6I




*도깨비 저승이와 써니 사진 출처. 블로그 jamae_log

*신도림역 문장 출처 - 자우림의 "일탈" 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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