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났다 정말
어찌 그리 아침마다 이 난리인지
곰곰 생각할수록 모든 문제의 시작은 나인데
모든 책임을 아이들에게 전가시키는 나다.
그러길래 버티지 말고 일찍 자랬지?
맨날 늦게 자니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잖아!
아이들에게 훈계를 하면 할수록 이 대사는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한테 해야 하는 말에 더 가깝다는 걸 뼈가 아프도록 알고 있다.
어미가 돼서 따끈한 아침밥상을 차려놓고 따스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흔들어 깨우면서
일어나~ 학교 가야지 하고 화목한 가정인양 코스프레를 했어야지, 그러지 못한다면 지각을 하더라도 있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일이지, 허구한 날 동동거리는 내 꼬라지 보기 싫어 죽겠다.
태생이 느긋느긋한 아이에게 늦었으니 준비 다 끝낸 누나한테 말 걸지 말고 빨리 먹으라고 소리를 지를 일이 아니라
엄마인 너! 네가 늦게 일어난 거잖아.
왜 자꾸 애들을 닦달하는 건데.
그나마 막둥이가 날 깨우지 않았다면 1교시도 지나 학교에 도착할 뻔했으면서
오래 꼭꼭 씹는 식습관을 지닌 시어머니를 꼭 빼닮아
원래 씹는 게 느린 아이인 걸 알면서 왜 자꾸 못 잡아먹어 안달인데
정말 못났다.
이리 못날 수가 없다.
진짜 엄마 자격이라곤 찾아볼래야 눈곱만큼도 찾을 수가 없다.
집안에서는 소리소리 지르면서 현관문만 나서면 누가 들을까 남들 눈치 보며 조용히 억누르는 목소리에 째려보는 눈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내가 참 가식적이다. 가식으로 똘똘 뭉친 가식덩어리인 이런 어미를 보고 내 새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뱀파이어도 아니고... 밤이 되어야 사이클이 시작하는 희한한 생체리듬이라 밤에 더 일이 잘 돼서 늦게까지 할 일을 하고 겨우 잠이 드니 늦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나... 어찌해야 할까.
정말 이런 내가 싫다...
저녁엔 이보다 더 밝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껏 웃는 천사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주었다가 아침만 되면 늦었어 지각하겠다고 소리 지르고 악을 쓰는 악마의 모습을 한 내가 꼭... 미친년 같다.
내일은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내가 먼저 일어나 따순 밥 차려놓고 아이들 학교 갈 준비를 차분히 시켜야겠다.
아...
내일은 토요일이구나. (다행이다... 하루 만에 다짐이 깨져버리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