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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Apr 23. 2024

고등학생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뜬금없이 미스터 션샤인 리뷰라니. (미스터선샤인 아님 주의)


미스터 션샤인이 버젓이 방영할 때는 어디 가고, 본방사수한 사람들이 침이 마르도록 극찬할 때는 외면하고 이제서야 홀로 정주행, 때론 남편과 쌍주행을 하고 눈물 콧물을 흘려대며 드라마의 끝을 보았다.


세상없어도 이 드라마는 반드시 봐야 한다는 미스터 션샤인의 주행선배님들의 조언을 새겨듣고 두어 달 전에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검색해 재생 버튼을 눌렀다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피와 폭력의 콜라보인 전쟁(신미양요)으로 시작하길래 1화를 다 보지 못하고 살포시 종료 버튼을 도로 눌렀더랬다.


하지만 얼마나 감동적이면 이리 시간이 흘렀는데도 유튜브와 쇼츠에는 온통 미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건지 자꾸만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며칠 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추스르며 정주행을 마쳤다. 2018년에 방영되었으니 벌써 6년이 지난 드라마를.


회상과도 같은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또렷하다. 고애신(김태리)과 유진초이(이병헌)가 물고기를 구워 먹다가 고애신이 멋쩍은 상황을 모면하고자 'Fi치 못한 상황'이라 농을 치는데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르게 눙치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결국 스며들게 된 미스터 션샤인.


학창 시절 국사 과목이란 좋은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해 특정 사건과 해당 연도를 외우기에만 급급했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배경이나 이유는 뒷전이었던 터라 이유 같기도 하고 사정 같기도 한 옛이야기들은 뒤늦게 나를 수긍하게 만들었고 회를 거듭할수록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까짓 신분 따위 뭐라고 딱딱한 제복을 저리 훌륭하게 소화하는 유진초이를 앞에 두고 고애신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운운하고 눈물을 흘리는가. 로미오와 줄리엣은 죽음도 불사하는 사랑을 하던데 당신들은 배가 불렀구나 싶다가 역시나 운명적인 사랑을 말하듯 잠깐동안의 이별 후 재회는 둘의 사랑을 더욱 끈끈하게 이어주었다.


유진초이가 조선 밖으로 내달려 또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미국에서 마주치게 된 '안가 창호'와 나눈 대화도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지만 그들은 이러든 저러든 어느 시대에 태어났든 나라를 위한 삶을 살았을 것 같은데 그 험한 시대가 아닌 요즘 세상에 태어났다면 얼마나 국위선양을 하였을 것인가. 젊은 패기가 전시에 아깝게 스러져만 가니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의병들의 활동만 보았을 뿐인데 나의 몸엔 왜 전율이 흐르고 내 눈엔 왜 자꾸 눈물이 흘러내리는지.


드라마는 구한말의 참담한 실상만 주야장천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김은숙 작가가 아니지. 거를 것이 없는 훌륭한 대사들이 귀를 즐겁게 했고, 자칫 뻔하게 보일 수 있는 복선을 세련되게 다듬어내었다. 마음을 울리는 사건들은 또 그것대로 모두 의미가 있었지만 중간중간 웃을 수 있는 요소들이 배치되어 더 좋았다.


남주 셋의 케미는 또 왜 그리 환상인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좋은 말 하나 건네지 않고 투닥투닥하면서도 굳이 술집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 술을 홀짝이는 것도 우습고, 그만하면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한들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데 그 자리를 꿋꿋이 서로 지키고 앉아 있는 모습만 봐도 우스웠다. 툭툭 던지듯 하는 티키타카는 왜 그리 좋은지. 유진초이와 구동매(유연석)와 김희성(변요한)의 만담쇼가 있다면 죽을 때까지 시청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결코 적지 않은 대화이지만 왜 그리 짧게만 느껴지는지.


싫어해야만 한다고 스스로 다짐이라도 한 양 서로 죽일 듯 싫어하는 그 셋은 갈수록 점점 좋아하는 관계가 되어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비록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과격하기만 한 농담이지만.


드라마 후반부에 그 셋이 등장하여 밤거리에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여전히 나를 웃게 한다.


(김희성이 구동매를 바라보며 묻는다) 저 흩날리는 벚꽃을 반으로 가를 수 있소?


(묘한 웃음을 지으며 구동매가 말한다) 나으리를 반으로 가를 수는 있겠지요. 가로로 자를까요, 세로로 자를까요?


(역시나 괜한 기대를 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번엔 유진초이를 보며 묻는다) 저 꽃잎을 총으로 명중시킬 수 있소?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느라 김희성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유진초이가 답한다) 구동매가 반으로 가르기 전이요, 후요?


(역시나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는 글렀지 하는 표정으로 기대도 안 했다는 듯이 희성은 말한다) 나는 늘 그대들 사이에서 죽소. 하지만 난 오늘 저 꽃에 치여 죽소. 오늘 나의 사인은 화사요.


닛뽄도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구동매는 결국 닛뽄도로 죽고...

총을 늘 가지고 다니며 총을 쏘던 유진초이는 총으로 죽고...

그렇다면

항시 글을 쓰는 나는 그럼 글로 죽으려나??



한때 대입 관련하여 국사 과목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미스터 션샤인을 보기 전이었지만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진리와도 같은 명언을 입시 관련자들은 모르는 것일까.


과거 우리 역사의 중요한 사건과 연도를 기억하는 국사 수업도 좋지만 미스터 션샤인을 학생들이 다 같이 정주행 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면 아이들에게 훨씬 더 오래 남는 교육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멜로라는 장르가 무색하게 키스신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으니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보아도 낯부끄러울 일이 없고 건전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고 대전 현충원에 유진초이 즉 황기환 애국지사의 묘가 있다고 한다. 한 여인을 사랑하였기에 그 여인과 함께 도모한 일이었지만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쓴 검은 머리 미국인인 그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평안한 그곳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아름다운 LOVE를 늘 하기를 바란다.


아! 그리고

100년도 더 전에 스포당한 sad ending 은 돌이킬 수 없다지만

아직도 미스터 션샤인을 못 보신 분은 꼭 보시고 절절한 여운을 느끼셨으면 하는 소망이다.




https://youtu.be/g7lDVad1TR0?si=boTBwhMWiH7QB5A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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