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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Aug 25. 2024

아이들에게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이것


오후 4시 반

이른 저녁을 먹은 남편이 야근하러 가야 하는 시간이다.

오늘 야근을 하고 내일 아침에 집으로 돌아오면 주중에 이틀을 쉬긴 하지만 사람들이 쉴 땐 나도 쉬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 주말이니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오붓한 시간을 함께 보내면 참 좋으련만 어쩌겠나. 월급 받는 몸이니 회사에서 짜 놓은 스케줄에 몸을 끼워 맞추는 수밖에.


출근을 위해 남편은 양치를 하고, 딸아이는 제 방에서 수학 숙제를 하고, 막둥이는 독서록을 쓰기 위해 학교에서 지정해 준 책을 소리 내어 읽느라 여념이 없다. 출근 준비를 모두 마친 남편이 현관에서 신발을 신느라 허리를 구부리는데 어쭈, 검은 머리 짐승 두 놈 중 한 마리도 아빠한테 나와 보질 않네?


나는 배에 힘을 주어 소리를 높였다.


"막둥이~! 쫓아 나오니라~~~

 아빠 출근하신다~~~~"


내 목소리가 평소보다 데시벨이 높아지자 얼른 눈치를 챈 딸아이는 쥐고 있던 연필을 곧바로 내려놓더니 현관으로 달려 나왔다. 독서삼매경이던 막둥이도 아차차 하며 그제야 일어나 아빠한테 쪼르륵 뛰어온다. 자기가 제일 늦은 게 민망했는지 게춤도 개다리춤도 아닌 다다다다 우스운 춤까지 춘다.

오고 있는 걸 보면서도 나는 미안한 마음 더 미안해지라고 일장 연설을 했다.


"이노므 시키들~ 주말도 없이 아빠 일하시느라 이리 출근하시는데 어디를 가든지 말든지 내 알 바 아니다 하면서 즈그들 할 일만 하고 있어?!"


가뜩이나 미안한 마음이 한 바가지인데 더 미안해진 아이들.

스스로도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던지 막둥이는 급기야 출근하는 아빠를 향해 큰 절까지 올린다.

남편은 그 모습을 보고 큭큭거리며 웃었다.


방금까지도 벽시계를 쳐다보며 "아... 이제 출근해야 되네."라고 말했지만 내 귀엔 '아... 가기 싫다.'라는 속말도 분명히 들렸기에 안쓰러웠는데 저렇게라도 웃는 얼굴을 보니 내 마음도 조금 편해졌다.

어른이나 어린이나 주말이면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너무 출근하기 싫었을 텐데 아이들과 마누라가 키 순서대로 쪼르륵 서서 도미노 쓰러지듯 차례차례 배꼽인사한다고 고개가 폭폭폭 숙여지니 모양이 제법 근사했는지 또 한차례 웃는다. 없던 힘이 좀 나나보다.



어릴 적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막상 출근하는 사람에게 인사하는 건 새삼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듯하다. 예전에 나의 출퇴근을 떠올려보니 내가 출근을 하든 말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제 할 일만 하는 가족들을 때면 '다들 편하게 쉬는데 왜 나만 출근해서 힘들게 일해야 하는 거야.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난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거지.' 하고 억울한 마음이 살짝 들기도 했다. 그 이후 나는 우리 집 가장인 아이 아빠가 출근한다 하면 하던 일 바로 중지하고 모두 다 쫓아 나와서 손은 배꼽에 대고 허리는 90도 각도로 구부려 인사할 것을 아이들에게 일러두었다. 그 무슨 중한 일을 한다 해도, 지금 당장 세상이 두 쪽이 난다 해도. 그러니 공부보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가 먼저다.



사람의 생은 짐작하기 어렵다. 특히 생의 마지막은 어떻게 맞이하게 될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멀쩡히 출근했다가도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영원할 것 같은 착각에 서로 데면데면하다 그날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슬픔 속에 사는 사람도 많다. 말 안 해도 알겠지 싶어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고마움을, 감사함을, 사랑을 늘 표현해서 후회가 남지 않는 매 순간을 살아야 함을 우리 아이들이 꼭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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