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아 Aug 27. 2024

브런치 글, 메인에 오르면 돈 나와?

아니. 돈이 붙어야 메인에 오르던데?


남편이 물었다.

이 주제에 대해 한 번쯤(이라 썼지만 여러 번이 틀림없다) 대화가 오고 간 것 같은데 또 또 똑같은 주제로 내게 묻는다.


"브런치 글, 메인에 오르면 돈 나와?"


으윽... 저 조동아리(입을 더욱 속되게 이르고 싶지만 주둥아리는 너무 심한 말 같아서 나름 순화시켰음에도 큰 변화는 없어 보이네요)를 꿰매 버릴 수도 없고. 솔직히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긴 하다. 소정의 원고료라도 받으면 "응!"하고 굵고 짧고 힘찬 대답만으로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었을 텐데. 아니 오히려 내쪽에서 그 질문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한데 그렇지 않으니 '제발 그 질문만은 하지 말아 주오.' 하는 내 맘 따위 안중에도 없고 눈치코치도 없이 자꾸 묻는 남편이다. (눈치는 맨날 밥 말아 드실 때 같이 말아 드시는지) 소정의 원고료 그거 뭐 얼마나 되겠나. 애들 까까 사줄 정도 아니겠나. 하지만 프로는 돈을 받고 작업한다는 어디 지나가다 머리에 쑥 들어온 문장 하나에 괜히 난 영락없는 아마추어일 뿐이구나 하는 자괴감에 슬쩍 우울감까지 올라온다.






하긴 나도 철이 없었지.

요새 글을 쓰기만 하면 자꾸 메인에 걸렸는데 이를 두고 어느 작가님은 나더러 브런치에서 열일한다며 브런치공무원이냐 할 정도였다. (농담인 듯 진담 같은 재미있는 표현 감사합니다.) 정상 그 언저리에 오르면 내리막길은 반드시 기에 그럴수록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고, 평소보다 더 많은 독자님들이 글을 읽어주시니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차분히 넘겨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 마음가짐을 알 리 없는 방방 떠버린 기분은 나의 글이 인정받았다는 뿌듯함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남편에게 자랑질을 하고 만 것이다.


"와우, 여보~ 내 글 또 메인에 올랐어~"


한껏 우쭐한 표정이 되었지만 늘 그래왔다는 듯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하면 남편은 큰 동요 없이 늘 한마디로


"그래?"


라고 반응한다.


언뜻 보면 내게 다시 되묻는 초간단 질문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엔 "잘했어."라는 칭찬이 들어있고, "수고했어."라는 쓰담쓰담이 들어있고, "잘하고 있네."라는 격려가 들어있기에 말수가 적은 남편에게 듣는 최고의 찬사라고 할 수 있다.


거기서 끝이면 좋았으련만


"근데 메인에 오르면 돈 나와?"


라고 굳이 한 마디를 더 보태며 삐딱선을 탄다.


"음... 아니."


뜨뜻미지근한 대답이 충분치 않아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부연설명이 들어간다.


"돈이 뭐가 중요해. 내 글이 메인에 올라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그중에 단 몇 명이라도 나의 이야기에 감화되어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해."


좋아, 자연스러웠어. 내심 속으로 뿌듯했고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은 것에 만족했다. 무릇 글쟁이라면 돈을 좇기보다 세상을 둘러보고 삶을 돌아보며 좋은 글을 내놓는 것에 여념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얼결에 남편을 설득하려 들었지만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가는 바도 아니다.


돈 없이 사람이 살기 힘든 세상 아니던가. 내가 이렇게 마음 편히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남편이 결근 한 번 하지 않고 회사를 꼬박꼬박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집 안에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그것도 시원찮으면 선풍기를 코앞에 두어 작동시킨 채 대형 컴퓨터 화면을 앞에 두고 무선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리며 흰 모니터에다 한 글자 한 글자 보탤 수 있었던 게지.



전체 조회수 63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하게도 5월부터 지금까지 약 3개월 동안 메인에 오른 글이 자그마치 11개나 된다. 그중에 몇 건은 브런치 메인이 아닌 Daum(다음)에 올랐는데 사실 다음 메인에 가봤자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다. 조회수가 세 자리였던 것이 네 자리 혹은 다섯 자리로 바뀌는 것일 뿐. 구독자가 마구 늘어난다거나 라이킷 수가 폭발적으로 오르지는 않는다. 가끔 구독자와 라이킷 수가 어마어마하게 오르는 작가님도 보긴 했지만 어쨌든 나의 경우엔 그랬다. 아마 글이 부족하니까 그랬을 거다. 모르긴 몰라도 다음 메인에 오르는 글이 엄청 뛰어난 명문으로 이루어진 글이어서라기보다 현실과 매우 닿아있어 실용적이고 가볍게 읽기 쉬워 접근성이 좋은 글인 경우가 아마도 대부분일 것이다.



근데 사람들에게 점점 잊히는 Daum 사이트에만 올라도 조회수가 이렇게 폭등하는데 만일 포털사이트 최강자인 네이버 메인에 글이 오른다면 조회수는 도대체 얼마를 찍게 되는 것일까. 잠깐 상상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진다. 곧이어 살짝 안도의 한숨도 나온다. 내 글은 전문적인 정보를 담았다기보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일기 쓰듯 풀어놓은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과 아이들, 가끔 시어머님도 등장하는데 1등 포털인 네이버 메인에 걸려 어머님의 눈에 혹시 발견된다면 어색한 상황을 면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순간 아찔했다.



그건 그렇고 수익화에 열을 올리는 시대인데 다음이 아닌 브런치 메인에 글이 오르면 돈이 나오느냐 하면 그건 또 그렇지가 않다.

<응원하기> 시스템이 고장 나지 않고 잘 돌아가고는 있지만 브런치 메인에 글이 올랐다고 해서 글 쓰느라 수고했다며 누가 용돈 하라고 돈을 쥐어주지는 않는다. 아, 그 반대로 응원하기가 붙으면 그 글이 브런치 메인에 오르기는 한다. 신기하다. 응원하기가 붙으면 메인에 올라가다니.



참, Daum은 어떻게 글을 골라서 메인에 가져가는 걸까? 거기도 편집자가 있겠지? 브런치스토리든, 카카오스토리든, 티스토리든 눈에 띄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겠다 싶은 글이 보이면 그냥 가져다 올려도 되는 건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작년 10월경,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예약발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쓴 적이 있었는데 최근(일주일 전) 예약발행이 가능하다는 브런치 업데이트 글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까지 비록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점차 개선되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내가 글을 쓰고 싶을 때 맘껏 글을 써 발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https://brunch.co.kr/@287de5988170492/624



나의 매거진 중 <너에겐 별 것 아니겠지만>이라는 매거진의 글은 매거진 이름답게 정말 별 것 아닌 주제를 가지고 쓴 글로 이루어져 있다. 누군가는 매우 하찮고 보잘것없다 하겠지만 나름 깨알 정보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들어있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겨우 푸른 점에 지나지 않을 만큼 매우 조그맣게 보인다고 하지만 따라서 그 지구를 가득 메운 81억을 훌쩍 넘는 수많은 인간 중 하나일 뿐인 나지만, 그런 내가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알리는 일은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가. 그것은 정보가 될 수 있고, 공감이 될 수도 있고, 감성을 나누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해 다투고 충돌이 생겨 곳곳에 아직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서로의 다름을 알리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돈으로 매겨서야 쓰나.

돈이면 다가 아니다.

사랑, 우정, 소망, 꿈, 희망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얼마나 많은데.

나의 한없이 부족한 글이 몇몇 사람의 마음을 잠시라도 울린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근데 돈을 좀 얹어줘도 좋을 것 같긴 하다. 에어컨, 컴퓨터 쓰는 전기세라도 좀 보태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