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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un 19. 2024

조회수 폭등

그리고 내려가지 않는 네 자리 조회수


"친정 갈 때와 시댁 갈 때, 옷을 다르게 입으세요"라는 글의 인기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무려 5월 글이다. 정확히는 5월 27일, 1만 6천을 찍으면서 시작했는데 통상적으로 통계 그래프는 급히 오르면 길어야 삼사오일 후면 내려왔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3주가 넘도록 아직도 조회수 네 자리가 지속되는 중이니 말이다.



https://brunch.co.kr/@287de5988170492/790



글쟁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진리와도 같은 명제가 있다. 


"초고는 쓰레기다."


나도 쓰레기라면 제법 양산해 내는 나는야 쓰레기메이커이기 때문에 글 발행에만 열을 올렸던 브런치 초보시절 이후 요즘 들어서는 초고를 바로 한 번에 발행하는 일은 거의 드물다. 


잔잔한 호수에 돌이 떨어지면 파문이 일어 멀리멀리 퍼지듯 갑작스레 소재가 떠올라 머릿속이 출렁거려 글을 써야겠다 싶어지면 글이 완성되든 안 되든 부담을 모두 내려놓고 하얀 모니터에 소재를 쏟아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문장의 형태를 띠긴 띠지만 쓰레기와 더 닮은 글을 열 손가락이 가는 대로 한바탕 타이핑을 마친 후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내 손을 기다리고 있는 집안일을 한다. 요리조리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치우고 정리하느라 다리가 아파올 때쯤이면 다시 모니터 앞으로 돌아와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 아까의 그 쓰레기글을 연다. 방금 전 내가 쓴 글이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글을 찬찬히 읽으며 '내용이 앞뒤가 안 맞는데?'라든가, '굳이 이 문장은 넣을 필요 없겠다.' 하는 부분도 도려내고, 아까는 안 보이던 도드라져 보이는 비문도 손을 본 후 저장한다.


그리고 나면 모니터에서 시선을 거두고 휴대폰을 열어 저장된 글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처음부터 읽어본다. 브런치글은 모름지기 오며 가며 잠깐잠깐 짬을 내어 읽지 PC를 켜두고 가부좌 틀고 앉아 읽으실 독자님은 거의 없을 테니 주로 휴대폰으로 볼 독자님들을 위해 나도 그 입장이 되어 휴대폰으로 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글을 PC로 읽을 때와 휴대폰으로 읽을 때 느낌은 다르다. 이번엔 중얼중얼 소리 내어 읽어보며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있다면 또 손을 본다.


이렇게 나름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글을 발행하는 편인데 이 글은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15분 만에 후딱 쓰고 묵히는 시간도 두지 않고 발행버튼을 꾹 누른 글이었으니 더 의외였다. (군더더기 없이 다소 짧은 글이라서 더 손을 대고 말고 할 것도 없어서였을까.) 자고 났는데 조회수가 단번에 2만을 육박했다. 평소에 사람들이 시댁, 친정에 관한 문제를 얼마나 관심을 갖고 사는지, 또  알고 싶어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조회수라는 게 원래 첫날 바짝 오르고 그래봐야 둘째 날 조금 더 유지하다가 봉우리에서 치맛자락 흐르는 모양새로 주르륵 내려오는 게 일반적인 모양인데 이번 글은 그렇지 않았다. 좀처럼 바닥을 찍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6월 3일부터 17일까지 매우 미미해 보이지만 27일 기준으로 왼쪽과 비교해서 가로축에 딱 달라붙지 않고 살짝 떠 있는 건 죄다 1일 조회수가 네 자리라는 걸 의미한다.



현재 조회수는 6만 5천이다. 

처음에는 Daum에 글이 실렸다가 그 이후는 카카오스토리에서 계속 노출이 되었다. 


이것도 감사하기 그지없는데 그 와중에 또 다른 글이 브런치 메인에 오르기도 했다. 

휴대폰으로 브런치 앱을 열어 제일 첫 화면, 제일 상단에 대문짝만 하게 글을 보여주는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내 생일을 자축했다는 글, 아무래도 이 글은 잘 써서 메인에 올랐다기보다는 응원하기를 받아서 메인에 올려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응원받은 사람을 홍보해 줌으로써 이거 봐라, 브런치 응원하기에 대해 말이 많지만 보다시피 응원을 받는 사람이 이렇게 있지 않느냐? 하며 응원하기의 활성화를 꾀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메인에 얼마동안 걸려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메인에 오른 것조차 구독자님도 아닌 몇몇 독자들의 라이킷 알림을 통해 앱을 둘러보다 우연히 알게 되었으니. 오래 올라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뭐 어찌 되었건 한 플랫폼의 대문에 소개되었다는 틀림없는 사실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구독자님과 독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시간 들이고 공들여 글을 썼는데 읽어주는 이가 거의 없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맥 빠지는 일이랴. 한데 관심 가져주시고 귀중한 시간 내어 읽어주시니 글 쓸 힘이 난다.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으려 했지만 글을 써봐야 밥이 나와 떡이 나와 아무것도 나오지 않으니 조회수라도 나와야 글 쓸 동력이 생기지 않을까. (아! 뜻밖의 응원을 받긴 했다. 한데 그건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일이고 차라리 잊고 사는 게 맘 편한 일이니까요. ^^ 그래도 저를 어여삐 여겨 응원해 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자칫 자랑으로 비칠 수 있는 글이라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자기 PR시대에 "저 조회수가 이만큼이나 나왔어요~" 외치는 것도 괜찮지 싶어 글로 남겨본다.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만 그래서 나비 효과는 택도 없지만 그래도

나도 이 세상에 깃털만큼의 영향력이라도 행사할 수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잠시 행복한 착각도 같이 해 본다. 






*나비 효과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즈가 사용한 용어로, 초기 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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