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갈 때 만일 옷 자랑, 가방 자랑 하듯 한껏 빼입고 가면 당신 아들이 여우 같은 며느리, 토끼 같은 손주들한테 등골 다 빼 먹히는구나 싶어 시어머님은 마음이 아프실 수 있답니다.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라며 노래를 부르셔도 그 손주에 대한 사랑은 늘 아들 다음이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된답니다.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항상 제일 가장 크고 그다음이 손주에 대한 사랑입니다. 자식이 있는 며느리분들은 당장 내가 시어머니가 되었다 상상을 해 본다면 이해가 한결 수월하실 겁니다.
반대로 친정에 갈 땐 아주 깔끔하고 있어 보이게 빼입고 가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고 집에서 몸빼바지나 무릎 나온 츄리닝(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닐 때처럼 편한 친정에 간다고 편한 복장을 한다면 '애지중지 힘들게 키워 시집보내놨더니 저리 궁상스럽게 사는구나.' 하고 마음 아파하실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면전에서는 아무 내색 하지 않으실 겁니다. 다음을 기약하고 손 흔들고 보낸 후 돌아서서 조용히 한숨을 내쉴 테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뭘 어떻게 입고 가든 크게 신경 안 쓰시던데?' 하고 착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요새는 돈 잘 버는 여자가 많아서 남편보다 아내 수입이 많은 가정도 있고, 맞벌이도 부쩍 늘었으며, 아예 남녀의 자리가 바뀌어 여자가 가정 수입을 책임지고 남자는 가사를 온전히 담당하는 가정도 꽤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비율로 따지자면
남자는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집안일을 돌보는 전통적인 가정의 형태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남편이 주수입원을 담당하는 가정이라면 더더욱 제가 말씀드리는 옷 착장에 대한 부분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시댁 갈 땐 조금 후줄근하게
친정 갈 땐 조금 삐까뻔쩍하게
너무 가식 아니냐고요?
아뇨. 절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집에 정수기 코디가 오기로 정해진 날에 우리는 그간 어질러 놓았던 집안 살림을 치우고 정리합니다. 코디를 향한 일종의 손님맞이이며 약간의 에티켓인 것이죠. 어지럽고 지저분한 집구석을 치우기 귀찮고 힘들어 그냥 둔 상태로 코디가 만일 들어온대도 물론 집주인 면전에 대놓고 뭐라 지적질은 하지 않습니다. 점검이 모두 끝나고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간 후에야 비로소 작은 소리로 '저리 더러운 집은 처음 봤네.' 하고 낮은 목소리로 흉을 보겠죠.
그러니 시댁과 친정 식구들에게 약간의 에티켓을 갖추자는 이야기입니다.
시댁 식구들은 내 아들이 돈 버느라 고생하는 것을 며느리가 알아주어 저리 검소하게 사는구나 하고 고마워하실 테고, 친정 식구들은 결혼해서 쪼들리지 않고 서로 알콩달콩 남부럽지 않게 잘 사는구나 흡족해하시니 좋습니다.
어찌 보면 참 쓸데없고 다 옛말이라 치부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네 어머님 아버님의 이런 마음 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시댁, 친정 어디를 가는지에 따라 옷 착장에 신경 쓰셔서 생기지 않을 수 있는 충돌을 최소화하는 것이 어떨까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여 행동한다는 건 행복한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