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 (別離)

by 강신명


한 송이 장미와 함께 걸으면

붉은 입술이

나만을 향해 불어와

어깨 감싸는 바람으로 흩어져


한 송이 장미와 오래 걸으면

말라가는 숨결이

잿빛 구름에 실려 와

저물녘 기우는 바람으로 흩어져


마지막 호흡이 손을 놓으면

북쪽 창문이 비틀거리다

달빛 잠든 빈 뜨락에

백송이 하얀 장미가 피어나고


물컹한 가시마다

아프도록 붉어 오는 먼 길이

강기슭 물안개로 차오르다

잠들 수 없는 파도로 철썩이다

별빛 돋는 밤바다로 홀연히 사라져


하얀 장미 백 송이가

한 송이

두 송이

텅 빈 하늘을 지나다

허문 기억으로 글썽이다

붉은 장미 한 송이를 피우고


피다

지다

피다

지다

피다

지다가


바람으로

다시 못 올 바람으로, 바람으로

흩어져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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